[제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비상, 비상'. 전북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북은 2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5라운드(파이널라운드 2R)에서 송주훈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0대1로 져 충격의 3연패 늪에 빠졌다. 같은시각 인천이 홈에서 무고사의 결승골로 광주를 1대0으로 꺾으면서 11위 전북(37점)과 인천(35점)의 승점차는 5점에서 한 경기 차인 2점으로 좁혀졌다. 같은 날 대구를 꺾은 잔류 마지노선인 9위 대전(41점)과의 승점차는 4점이 됐다. 비 내리는 서귀포를 찾은 전북 서포터는 "정신차려 전북"을 외쳤다.
내달 2일 전북 홈에서 열리는 전북-인천전은 '승점 6점'을 넘어 사실상 두 팀의 다이렉트 강등 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매치업이 됐다.
반면 제주는 이날 포함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쓸어담는 기적과도 같은 반등으로 잔류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승강 플레이오프권과 8점 벌어진 승점 47점으로 7위로 올라선 김학범호는 다음 라운드에서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짓게 된다.
비 내리는 서귀포에서 김두현 전북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전원 국내 선수로 꾸렸다. 중앙 미드필더 보아텡 대신 김진규를 투입했고, 측면 미드필더 자리엔 안드리고 대신 문선민을 선발로 넣었다. 전북이 '100% 토종 선수 선발'을 꾸린 건 6월22일 대구전(0대3 패) 이후 17경기만이다.
김 감독은 정통 공격수 없이 송민규 이영재 문선민 전병관으로 1~2선을 꾸리면서 이승우는 벤치에 앉혀뒀다. 김진규 한국영이 중원을 지키고 김태환 홍정호 박진섭 김태현이 포백을 꾸렸다. 김준홍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김 감독은 이승우의 투입 계획에 대해 "후반 상황에 따라 상대의 갭이 벌어진다든가, 득점이 필요할 때 투입할 생각"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유리 조나탄을 톱으로 세우고 갈레고 한종무 서진수로 2선을 꾸렸다. 카이나, 김건웅이 중원을 지키고 안태현 임채민 송주훈 이주용이 포백을 구축했다. 부상한 김동준을 대신해 안찬기가 골문을 지켰다. 김학범 감독은 "이 시기에 실력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집중력과 분위기 싸움"이라고 말했다.
전반은 전북의 원사이드한 반코트 양상으로 펼쳐졌다. 6분 한국영의 중거리 슛과 14분 이영재의 왼발 터닝슛이 제주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임채민을 중심으로 한 제주 수비진은 전북의 일방적인 공세를 버티고 또 버텼다. 22분 문전 앞 송민규의 슛은 이주용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전북은 전반에만 슈팅 6개, 코너킥 8개를 기록하고도 골망을 열지 못했다. 제주의 슈팅은 '제로'였다.
전북이 밀어붙이고도 골을 넣지 못했다는 건 후반에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제주는 최근 4경기에서 후반 막바지 결정적인 득점으로 3승1패를 쌓은 '전약후강'의 전형을 보여줬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탈로 남태희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전북은 전병관을 불러들이고 안드리고를 투입했다.
제주가 후반 초반 유리조나탄과 갈레고의 연이은 슈팅으로 전북 골문을 두드렸다. 위협을 느낀 김두현 감독이 17분 송민규를 빼고 이승우를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쥐었다. 25분, 이승우는 박스 안 좌측에서 공을 잡아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노렸다. 하지만 이승우의 발을 떠난 공은 골대를 살짝 빗어났다.
기회 뒤에 위기가 찾아왔다. 후반 25분, 제주의 코너킥 상황. 남태희가 파 포스트 쪽으로 길게 찔러준 공을 송주훈이 달려들며 헤더로 밀어넣었다. 송주훈이 지난해 3월 서울전 이후 1년 7개월만에 넣은 골은 그대고 결승골로 기록됐다. 제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