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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힘'으로 버틴 안병훈, 고국서 9년 만에 우승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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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안병훈은 지난해 PGA(미국프로골프)투어 3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국내에서 구입한 감기약 성분이 문제였다. 1988 서울올림픽 탁구 은메달리스트인 어머니 자오즈민씨가 전해준 약. 같은 선수 출신인 어머니이기에 더 신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도핑 규정과 금지 성분이 결국 문제가 됐다. "사려깊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했지만, 결국 자격정지 처분을 피하지 못했다.

시련 속에 버팀목이 되어준 건 가족이었다.

2018년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는 투어 생활 중인 그를 대신해 아들-딸을 홀로 키우면서도 든든한 백업 역할을 자처했다. 어느덧 PGA투어 출전 200회가 넘었음에도 첫승에 닿지 못한 채 묵묵히 투어 생활을 이어온 그의 가장 큰 팬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서울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안재형 교수, 미국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손주를 뒷바라지 해준 할머니도 힘든 순간을 지킨 버팀목이었다.

시련을 이겨낸 안병훈, 9년 만에 고국에서 우승 갈증을 풀었다.

안병훈은 27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어반, 링크스 코스(파72·7470야드)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주형을 누르고 우승했다. 2015년 DP 월드투어(유러피언투어) BMW챔피언십,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 우승 이후 9년 만에 맛본 환희. DP월드투어, KPGA가 공동 주관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각각 2승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였다.

최종라운드 초반 치고 나간 김주형을 1타차로 따라붙던 안병훈은 15번홀(파5) 두 번째 샷을 드라이버로 치는 승부수를 던졌고, 곧바로 그린을 공략해 버디로 연결했다. 1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김주형과 공동 선두가 된 안병훈은 17번홀(파3) 파 퍼트가 홀컵을 돌아 나오면서 보기에 그쳐 다시 1타차 뒤진 2위가 됐다. 그러나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만들며 만회했고, 김주형이 타수를 지키는 데 그쳐 결국 연장으로 승부를 몰고 갔다. 안병훈은 연장 승부에서 특유의 장타와 침착한 퍼트로 결국 버디로 마무리, 보기에 그친 김주형을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직후 그린에서 내려오는 안병훈을 반긴 건 어머니 자오즈민씨. 한동안 안병훈을 부둥켜 안은 채 울먹이며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아버지 안 교수의 축하에 이어 2015년 신한동해오픈 우승 당시 현장을 지키지 못했던 할머니를 안은 안병훈은 굵은 눈물을 흘렸다.

안병훈은 "몇 년 동안 기다렸던 우승이다. 할머니는 중-고교 시절부터 미국에서 내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신한동해오픈 우승 때는 현장에 오시질 못했다"며 "할머니 앞에서 우승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이어 "아내에게도 고맙다. 투어 카드를 잃었을 땐 가장 의지가 됐다. 지금도 많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KPGA투어 선수 32명 중 김홍택이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9위에 올라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조우영은 26위(8언더파 280타), 정한밀은 공동 27위(7언더파 281타)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선 지한솔이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박주영을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