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V12에 한 발짝 만을 남겨둔 KIA 타이거즈, 5차전 선발은 '대투수'다.
KIA 이범호 감독은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갖는 2024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로 양현종을 예고했다. 양현종은 지난 23일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8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선 KIA는 광주에서 1승만 더 추가하면 V12에 도달할 수 있다.
7년 만에 다시 우승이 결정될 수 있는 날, 마운드에 오르는 양현종이다. 두산 베어스와의 2017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팀이 앞선 9회말 깜짝 구원 등판, 세이브를 챙기며 V11을 결정 지은 바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완투승이 아닌한 7년 전처럼 우승을 결정하는 아웃카운트를 잡을 순 없다. 그러나 팀 승리 발판을 다지는 선발 투수로 그 책임은 한층 더 막중해졌다.
누구보다 빛나는 시즌을 보낸 양현종이다.
올 시즌 '기록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KBO리그 통산 최다 탈삼진(2076개) 1위에 올랐고, 통산 최다승(179승) 및 최다 이닝(2503⅔이닝) 2위 기록을 썼다. 10년 연속 170이닝을 달성하는 등 꾸준함의 상징임을 증명했다.
이번 한국시리즈 2차전에선 36세7개월22일의 나이로 승리 투수가 되면서 국내 선수 중 한국시리즈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5차전에서 다시 승리 투수가 되면 자신이 쓴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일찌감치 5차전 선발에 대비했던 양현종이다.
그는 2차전 승리 투수가 된 후 "비가 삼성에게도 좋은 기회지만 저희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제임스(네일)가 4차전에 등판한다는 가정 하에 나도 5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2승, 3승을 한다고 해도 여유가 있는 시리즈는 아닐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분위기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경기는 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 처럼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자신의 손으로 시리즈를 끌낼 수 있는 기회. 양현종이 말한 바로 그 '잡을 수 있는 경기'다.
삼성은 원투펀치 레예스와 원태인이 나설 수 없는 5차전이다. 레예스는 사흘 전인 25일 3차전에서 7이닝 동안 107구를 던졌다. 이틀 쉬고 불펜 등판은 쉽지 않다.
원태인은 이틀 전 26일 4차전에서 2⅓이닝 만에 어깨통증으로 조기 강판됐다. 관절와순 손상으로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자칫 삼성에 반격할 기회를 줘서 2승3패가 되면 분위기가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 KIA로선 무조건 이겨야 하는 5차전 승부다. 실제 리드만 잡으면 투수진을 총동원해 굳히기에 나설 전망.
한편,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의 선택은 '좌승현'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은 선발 후보 중 가장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 다만, 어느 정도 이닝을 소화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이승현은 플레이오프 때부터 줄곧 불펜에서 뛰었다.
많은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 플레이오프 때는 3경기에서 2⅓이닝 만 소화했다.
21일 비로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돼 이틀 뒤 23일 재개된 한국시리즈 1차전 6회 등판, 1이닝 26구를 던진 것이 한국시리즈 피칭의 전부다. 이승현은 당시 1이닝 무안타 1볼넷(1사구)로 1실점 한 바 있다.
체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얼마나 최소 실점으로 오랜 이닝을 버텨줄 수 있느냐 여부다. 그의 뒤에는 황동재와 불펜진 전원이 대기한다.
박 감독은 4차전 승부처에서 이승현을 등판시키지 않은 채 5차전에 대비한 바 있다. 2차전 선발로 나섰던 황동재와 이승현을 두고 고민하던 박 감독은 결국 이승현의 어깨에 운명을 걸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