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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더 글로리' 가진 힘 너무 세"…한계 없는 정성일, '전,란'으로 넓힌 연기 스펙트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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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 정성일(44)이 천의 얼굴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사극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 모호필름·세미콜론 스튜디오 제작)에서 일본군의 선봉장 겐신을 연기한 정성일. 그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전,란'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왕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전,란'은 아름다운 영화적 미장센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 연기력으로 작품을 빛내는 배우들의 강렬한 앙상블이 정점인 사극 영화로 지난 11일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전,란'에서 조선땅을 침략한 섬뜩한 일본군 선봉장으로 등장부터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정성일의 파격 변신이 눈길을 끈다. 정성일이 연기한 겐신은 무자비하게 조선의 백성들을 공격하던 중 천영(강동원)이 속해 있는 의병들과 마주하고 그의 뛰어난 검술 실력을 알아보는 인물이다. 몰입도 높인 완벽한 일본어 대사부터 일본 전통 검술 액션까지 소화한 정성일은 전작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의 '젠틀한 개XX' 하도영을 뛰어넘는 열연으로 인생캐를 경신했다.

이날 정성일은 "'전,란'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며 너무 재미있게 촬영한 작품이었다. 장면을 볼 때마다 그 당시 기억이 다 나더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가서 더 좋았던 작품이었고 확실히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는 작품인 것 같아 기뻤다. 주변 반응도 꽤 좋았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도 좋았고, 다행히 내가 처음 원했던 것처럼 나를 몰라본 사람도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더 글로리' 작품이 끝난 뒤 사실 작품을 고르는데 신중했다. '더 글로리'가 너무 잘 된 작품이고 그 캐릭터가 가진 힘이 너무 세서 실제로 그 비슷한 류의 대본이 많이 들어왔지만 고사를 해왔다. 너무 그런 캐릭터로만 한다면 내 이름이 정말 하도영이 될 것 같았다. 시간을 두고 새롭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었고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전,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극 자체도 사극이고 역할 자체도 일본인이니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더 글로리'를 지우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나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겐신은 국적 자체가 아예 다르지 않나? 시대적인 배경 자체도 그렇고 오히려 접근하기 쉬웠던 캐릭터인 것 같다. 대본 자체가 가진 힘도 있었고 재미있었다. 전작과 아예 달라 선택했다기 보다는 같이 하는 사람들도 너무 좋았고 겐신이라는 역할도 매력적이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왜군 장수로 파격 변신한 것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는 "물론 왜군은 워낙 여러 작품에서도 그려졌고 어떻게 하면 뻔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짧은 분량에서 확실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마냥 빌런 같은 왜군으로 소모되지 않고, 천영(강동원)이와 만났을 때 이 캐릭터도 변화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일본에서 최고라고 여기는 캐릭터가 천영을 만나면서 그의 무예를 계속 쫓아가는 인물이라고 여겼다. 기존에 나온 왜군과 다르게 보여줄 수 지점이 있는 인물이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일본어 연기에 애를 먹었다는 정성일은 "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 제일 처음 준비한 게 일본어였다. 제작 팀에서 '아가씨'(16, 박찬욱 감독) 때 일어를 가르쳐준 교수님을 섭외해 줬고 대본만 외우기엔 뉘앙스를 모르니 그 선생님과 함께 처음 몇 개월은 히라가나부터 배웠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알아야 내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초등학생처럼 히라가나부터 배우고 기초적인 것부터 배웠다. 생각보다 발음도 어렵더라"며 "현대어를 배운 뒤 고어를 배워야 했는데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며 6개월을 보냈다. 정말 일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준비를 많이 했다. 다행인건 '전,란'이 공개된 이후 일본 친구들이나 일본어를 잘하는 분이 내 연기를 보며 '일본 사람 같다'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이야기를 해주니까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연기 잘했어'라는 말보다 '일본어 잘했어'라는 칭찬이 더 듣기 좋더라. 넷플릭스는 전 세계가 보는 OTT이지 않나? 당연히 일본 관객도 '전,란'을 보는데, 일본 관객이 겐신을 봤을 때 '왜 저래?'라는 반응이 나오면 극 자체를 깨게 된다. 일본 사람이 봐도 '일본인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보이길 바랐다.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일본 친구들이 '더빙한 줄 알았다' '정말 네가 한 것이냐?' 물어봤을 때 정말 행복했다"고 웃었다.

화려한 검술 액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성일은 "데뷔 초 '쌍화점'(08, 유하 감독)이라는 작품을 해서 액션은 자신이 있었다. '쌍화점' 당시 정말 긴 시간 훈련을 많이 했다. 재미있지만 혹독할 만큼 긴 시간 검술을 연습했다. 말을 타는 것도 2주 만에 훈련받아 말을 타면서 두 손 놓고 활을 쏠 정도였다. 그대는 엉덩이가 다 까져서 기저귀를 차고 훈련하기도 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연습했는데 확실히 그렇게 연습하니 금방 늘긴 하더라. 확실히 몸으로 체득한 것은 쉽게 안 잊혀진다. 이번 '전,란'에서도 말을 타고 액션을 했는데 또 될까 싶었지만 되더라. 그때 배운 게 너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전,란'의 라인업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가졌다. 정성일은 "처음 '전,란' 캐스팅 라인업을 들었을 때 '미쳤다' 싶었다. '이 사람들이 다 모인다?' 놀랄 정도였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에 내가 있어도 될까 싶었다. 너무 좋은 배우들이지 않나?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이기도 했고 믿어지지 않았다. 어제도 GV 끝나고 제작사 대표가 박찬욱 감독, 동원이, 나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어 보내줬는데 가보로 남기고 싶더라. 현장을 갔을 때도 연예인을 보러 온 기분이었다. 너무 좋은 배우들과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고백했다.

'전,란'을 통해 강동원과 친해졌다는 정성일은 "처음 동원이를 봤을 때 그야말로 '연예인이다' 싶었다. 뭔가 너무 먼 상대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걱정을 하긴 했다. 내가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기도 했고 동원이도 낯을 가리는 편이라 서로 옆에 앉아 있는데 앞만 보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연기를 하다 보니 금방 친해지는 것도 있었다. 어렵게 말을 붙이면 쉽게 말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서로 골프를 좋아하는 공통 관심사도 있어 사적으로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액션 합을 맞출 때도 동원이가 너무 잘해 서로 빨리 합을 맞출 수 있었다. 인간적으로 잘 맞더라. 너무 좋은 친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민에 대해서는 "신 자체가 마주치는 신이 많이 없어 주로 후반부에 만났다. 박정민과는 야구팀 한화로 마음이 맞았다. 박정민은 정말 자유롭다. 선을 긋지 않고 편하게 대한다. 액션 신을 연기할 때 박정민 힘이 정말 좋았다. 박정민이 미안해 하면서 또 때리는데 아픈 것 보다 그 엄청난 굉음에 놀랐다. 촬영 끝나고 우리끼리 한 말인데 현실세계에서는 박정민이 제일 세다고 했다. 눈이 돌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누굴 다치게 하고 내 연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몰입력이 대단했다. 동원이도 정민이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모니터를 계속 보게 만드는 배우인 것 같다. 외형적인 것 뿐만 아니라 배우가 배우를 봐도 계속 끌어당기는 힘이 큰 친구들인 것 같다. 더 오래 호흡을 못 맞춰 아쉽다. 이번 작품을 통해 너무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성일은 "'전,란'에서 해볼 것은 다 해본 것 같다. 15kg 넘는 갑옷과 투구도 써보고 한복도 입어보고 더이상 할게 있을까 싶다. 사극에 나올 법한 것은 '전,란'으로 다 해본 것 같다. 사극이 겨울에는 더 춥고 여름에는 더 더운데 거기에서 오는 고충도 경험했다. 그럼에도. '전,란'으로 원 없이 해본 사극이었다"며 "나는 코미디를 좋아하고 평소에도 트레이닝 복을 입고 다니는걸 좋아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슈트 입는 모습을 기억하는 것 같다. 앞으로 코미디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내가 공연을 하면서 해왔던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범위를 넓혀 연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전,란'은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그리고 차승원이 출연했고 '심야의 FM'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