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때린 사람은 있어도, 맞은 사람은 없다는 걸까.
'괴물 센터백' 김민재(28·바이에른뮌헨)가 24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 노우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2024~2025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억울한 판정에 눈물을 흘렸다. 두고두고 '캄 노우 참사'로 기억될 바르셀로나전 대패 결과를 좌우한 판정이라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상황은 전반 36분에 발생했다. 뮌헨은 전반 1분 하피냐에게 '입장골'을 허용한 뒤 18분 해리 케인의 그림같은 발리슛으로 1-1로 균형추를 맞췄다. 김민재는 뮌헨 지역 페널티에어리어 외곽에서 높이 뜬 공을 헤더로 클리어링하기 위해 점프를 시도했다. 그때 바로 뒤에 있던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페르민 로페스가 김민재의 허리를 팔꿈치로 툭 밀었다. 명백히 김민재의 중심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시도였다. 의도대로 중심을 잃은 김민재는 공을 제대로 이마에 맞히지 못했다. 뒤로 흐른 공을 잡은 페르민은 달려나온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피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패스를 연결, 추가골을 끌어냈다.
뱅상 콩파니 뮌헨 감독과 케인 등 뮌헨 선수들은 심판에게 반칙이 아니냐며 따졌다. 스포츠방송 'ESPN'도 SNS를 통해 페르민이 김민재를 민 장면을 캡쳐해 팬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가동하지 않고 '노 반칙', 즉 그대로 득점을 인정했다. 결론적으로 김민재는 '제대로 헤더 클리어링을 하지 못해 실점 빌미를 제공한 수비수'가 됐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김민재가 '쉬운 헤더'를 놓쳤다고 적었다. 팀 동료 조슈아 키미히는 경기 후 "우리는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동점골을 넣고 경기를 지배했다. 내 생각에 두 번째 실점은 파울이었다"이라고 감쌌다.
팬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그 정도로 소프트한 접촉에 반칙을 불면 축구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팬이 있는가 하면, '중심을 잃을 정도로 밀었는데 반칙이 아니면 무엇인가'라는 팬도 있었다.
김민재는 흔들리지 않고 레반도프스키를 봉쇄하는 임무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수행했다.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달려나가 레반도프스키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했다. 특히 후반 2분 노이어의 패스 실수에서 비롯된 실점 위기 상황에서 빠른 대처로 레반도프스키의 슛을 막았고, 후반 34분에는 박스 안으로 침투한 레반도프스키보다 한발 앞서 공을 걷어냈다. 레반도프스키는 85분 동안 공중볼을 단 한 개도 따내지 못했다. 반면 김민재는 공중볼 경합 시도 4번에 4번 성공하고, 지상 경합 시도 6번에 4번 성공하는 '통곡의 벽'다운 단단함을 보여줬다. 인터셉트 3번, 태클 3번, 라스트맨 태클 1번을 기록했다.
뮌헨은 전반 45분과 후반 12분 하피냐에게 두 골을 더 헌납하며 1대4 참패를 당했다. 그런데 90분 풀타임 뛴 김민재는 통계업체 소파스코어 평점 7.3점을 받았다. 동점골을 넣은 케인(7.8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다. 센터백 파트너 다욧 우파메카노는 7.0점, 양 풀백 라파엘 게레이로와 알폰소 데이비스가 각각 6.8점과 6.4점을 받았다. 단 한 개의 선방도 기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패스 미스를 범한 '캄 노우 참사 범인' 노이어는 가장 낮은 평점 5.2점을 받았다. 레반도프스키는 1골을 넣고도 평점 6.7점에 그쳤다. 바르셀로나 선수 중 풀백 알레한드로 발데(6.3점) 다음으로 낮은 평점이다.
김민재는 지난시즌 레알마드리드와의 UCL 준결승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 집중 포화를 맞은 바 있다. 심지어 토마스 투헬 당시 뮌헨 감독으로부터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서면 안된다. 너무 욕심이 많다' 등 공개 비판을 받았다. 이날 결과로 인해 김민재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 챔피언스리그와 악연은 계속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