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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의 광주와 EPL 아스톤 빌라, 닮은 듯 다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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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K리그 클럽 광주와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애스턴빌라가 닮은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광주는 22일 중립경기장인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의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조별리그 3차전에서 아사니의 멀티골과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3대1로 승리했다.

앞서 요코하마F.마리노스를 7대3, 가와사키프론탈레를 1대0으로 꺾은 광주는 ACLE 동아시아 지구에서 유일하게 3전 전승을 질주하며 조별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지난시즌 K리그1 3위 성적으로 올시즌 구단 최초로 아시아 무대에 진출한 광주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결과로 아시아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광주가 조호르를 꺾은 날, 애스턴빌라는 홈구장 빌라파크에서 열린 볼로냐와의 2024~2025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3연승을 기록했다.

빌라는 현지시각 22일까지 치러진 UCL 리그 페이즈에서 유일한 전승팀으로, 쟁쟁한 빅클럽을 제치고 깜짝선두를 달리고 있다.

빌라는 지난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이 이끄는 토트넘을 꺾고 4위에 올라 구단 역사상 최초로 UCL 무대에 진출했다.

광주와 빌라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광주는 2차전에서 아시아 최강팀 중 하나인 가와사키를, 빌라는 2차전에서 김민재가 몸담은 바이에른뮌헨을 나란히 1대0으로 꺾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미친 선수'의 활약에 의존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빌라 소속 콜롬비아 공격수 욘 두란은 지난 2일 뮌헨전에서 선제결승골을 넣은 데 이어 볼로냐전에선 승리의 쐐기골을 박았다.

알바니아 현역 국가대표 아사니는 광주가 치른 ACLE 3경기에서 모두 득점했다. 요코하마전에서 해트트릭을 쏘고 가와사키와 조호르전에서 각각 1골과 2골을 넣어 총 6골을 몰아쳤다. 단 8개의 슛으로 6골을 넣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아시아 동서지구를 포함해 득점 단독 선두다.

이정효 감독은 부임 2년차에 K리그를 놀라게 하고, 3년차에 아시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아스널, 파리생제르맹, 비야레알 등을 거친 에메리 감독은 만년 중위권인 빌라를 EPL TOP 4 수준으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빌라는 올시즌 8라운드 현재 챔스권인 4위를 달리고 있다.

광주와 빌라의 차이점은 예산과 환경이다. 빌라는 이집트 부호 나세프 사위리스가 구단주로 있는 빌라는 지난여름 전력 보강을 위해 3000억원 가까이 썼다. 시민구단인 광주는 프로축구연맹이 지난해 마련한 재정 건전화 제도 위반으로 지난여름 선수 영입 금지령을 당했다. 선수 보강 없이 후반기를 치르고 있다.

빌라는 이날 볼로냐전을 '진짜 홈구장'인 빌라파크에서 홈 관중의 응원을 받으며 치렀다. 반면 광주는 ACLE용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요청에 의해 잔디 상태가 좋은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조호르전 홈경기를 치르는 촌극을 빚었다. 광주에서 직선거리 250km 떨어진 지역에서 홈경기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대관료 1억5000만원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똑같은 3연승을 둘러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빌라는 갈수록 선수단 스쿼드가 좋아지고 있다. 겨울 이적시장과 내년 여름 이적시장에 전력을 더 강화할 여력이 있다. 반면 광주는 ACL 참가 상금, 조별리그 승리 상금에 반색할 정도로 궁핍하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미지수여서 다음 ACLE 홈경기도 '광주 외 어딘가'에서 치를 가능성이 있다.

이정효 감독은 조호르전을 앞두고 "광주보다 나쁜 구장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메리 감독의 입에서 그런 말은 나오지 않는다.

광주와 빌라는 내달 중요한 일전을 앞뒀다. 광주는 11월5일 일본 J리그에서 최상의 환경을 자랑하는 '부자구단' 비셀 고베와 4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진정한 시험대다. 빌라는 11월27일 '세리에A 강호' 유벤투스와 리그 페이즈 5차전을 펼친다. 광주발 돌풍, 빌라발 돌풍은 계속될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