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내년에는 그래도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최원준(30·두산 베어스)은 입단 이후 구종 하나를 두고 치열한 고민을 했다. 사이드암 투수에게는 힘겨운 좌타자와의 승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구 장착이었다.
포크볼과 체인지업. 최원준은 체인지업 연습에 나섰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개인 훈련을 하면서 체인지업 발전에 힘을 썼고, 현역 시절 '명품 체인지업'으로 이름을 날린 조웅천 코치와도 함께 고민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체인지업은 최원준의 무기가 되지 못했다. 최원준은 "팔 스윙 자체가 다른 거 같다.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고영표 이재학 임기형 이런 형들과는 유형이 다른 거 같다"고 했다.
2020년과 2021년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하면서 선발진을 지켰던 최원준은 최근 2년 간은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부동의 선발이었지만, 구원투수로 나서는 일도 생겼다.
선발진에서 밀려났던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에는 일단 선발 투수로 꾸준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24경기에 나와 110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6점대로 높았지만, 일단 이닝 만큼은 확실하게 소화해주는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후반기로 가면서 안정감을 찾아갔다. 실점은 나왔지만, 그동안 고전했던 좌타자 승부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비결은 체인지업과 함께 고민했던 포크볼.
최원준은 "체인지업이 되지 않으면서 포크볼을 던졌다. 2년 간 팔 각도가 떨어져서 올리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쉽게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포크볼을 던지니까 예전에 좋았을 때 높이로 올라왔다. 구속도 잘 나왔다. 슬라이더도 안 좋을 때는 131㎞가 나왔는데 이제는 136~7㎞까지는 나온다. 이제 조금씩 겨울에 보완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초반에 좋지 않아서 실망도 많이 했는데, 마지막에는 그래도 나름 괜찮아진 거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최원준이 치열하게 고민을 이어가던 시기에는 비록 팀은 다르지만, 같은 고민을 이어왔던 선수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체인지업 관련해서는 KBO리그 최고 잠수함 투수 고영표가 함께 고민을 했다. 고영표는 최원준과 세 살 터울로 동국대 동문이기도 하다. 최원준은 "체인지업이 쉽게 ABS에 걸리지 않다보니 타자도 지켜보면서 고민을 했다. 그런데 영표 형은 마지막에 잘 던지더라.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서 다른 거 같다. 피칭 디자인과 피치 터널 등이 고민하면서 내년 시즌 직구를 쓰는 법과 변화구를 어떤 피치터널로 나오게 할 지 고민을 해야할 거 같다"고 했다.
예전부터 인연이 있던 임찬규(LG)와 우규민(KT) 또한 최원준에게는 멘토 역할을 해줬다. 임찬규는 슬럼프 시기를 지나서 국내 에이스로 다시 한 번 명성을 되찾았다. 우규민은 사이드암 투수로서 최원준이 가지고 있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최원준은 "(임)찬규 형과 (우)규민이 형에게 정말 도움을 받았다. 특히 규민이 형은 경기할 때마다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잘 던지는 날이면 경기 후에도 연락을 해주셨다. 찬규 형은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고 하면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힘이 많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최원준은 5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그럼에도 최원준은 "많이 던지지 못했다. 100개 이상 항상 던지고 싶은데 못 던지기도 하고, 빨리 내려온 경기가 많았다"라며 "항상 규정이닝은 채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선발투수라면 5이닝 전에는 내려오는 경기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어떻게 던져야 할지 생각을 해봐야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최준호 최승용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년 시즌 두산의 선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원준은 "나도 좋은 선발 형들 사이에서 경쟁을 하다가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나보다 뛰어난 형들과 경쟁을 하다보니 마음도 다잡게 되는 거 같다. 시너지가 될 거 같다"라며 "비시즌 동안 시간이 많이 없다. 몸을 열심히 만들도록 하겠다"고 내년 시즌 반등을 다짐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