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대한민국 구기 종목의 자존심' 여자 핸드볼마저 흔들리고 있다. 세계최강이란 수식어가 부끄러운 상황이 된지 오래 됐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다.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2연속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 은메달 4, 동메달 1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럽에서 '한국 핸드볼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역사는 계속됐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4년 LA대회부터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올림픽 역사의 한 장을 새로 작성했다. 하지만 환희의 그림자는 너무 어두웠다. 냉정히 말해 한국의 국제 경쟁력은 예전과 같지 않다. 2008년 베이징대회 이후 올림픽 메달이 끊겼다. 2010년대 들어 추락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16년 리우 때는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경험했다. 도쿄올림픽에선 8강에 올랐지만, 자력 진출은 아니었다.
반전을 노렸다. 야심차게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했다. 하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 완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파리올림픽에서도 조별리그에서 1승4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한 채 일찌감치 짐을 쌌다.
후폭풍은 거셌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하나둘 불거졌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헨리크 시그넬 감독이 한국 상주 의무를 갖지 않았던 점, 선수단의 대표팀 차출 난항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결국 대한핸드볼협회는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시그넬 감독과 결별했다. 이후 한국 여자 핸드볼은 3개월 가까이 사령탑 공백 상태에 놓였다.
'최상위 레벨' A대표팀이 흔들리자 근간이 돼야 할 학교체육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핸드볼협회에 따르면 여자고등부는 17개 시도 중 일부만 팀을 보유하고 있다. 핸드볼부를 해단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대표를 다수 배출한 '명문' 휘경여자고등학교가 핸드볼부를 해단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막을 내린 전국체육대회가 마지막 무대였다. 현장의 핸드볼인들은 "마음이 좋지 않다. 이것이 바로 한국 핸드볼의 씁쓸한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A대표팀은 12월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을 앞두고 있다. 핸드볼협회는 다급히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승인 절차 등을 고려해 10월 안에는 감독 선임을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매우 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당장 12월 1일부터 경기를 한다. 대표팀은 11월 11일 진천선수촌 입촌을 예정하고 있다. 불과 2~3주 호흡을 맞춘 뒤 대회에 나서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말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한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이제는 아시아에서도 일본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답답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 내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