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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점 천당→17점 지옥' 개막 2경기 통해 드러난 KCC의 버튼 활용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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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다른 감독들이 워낙 세밀해서 곧 방법을 찾을 거에요."

전창진 부산 KCC 감독은 21일 창원체육관에서 창원 LG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팀의 새로운 에이스 역할을 맡은 디온테 버튼에 대해 다른 9개 구단 감독들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공략법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 충분히 예상가능한 상황,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시점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다가온다면 큰일이다. 21일 LG전에서 위협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조상현 LG 감독이 준비한 '버튼 공략을 통한 KCC 격파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결국 4쿼터 초반까지 앞섰던 KCC는 끝내 84대89로 역전패하며 개막 2연승을 놓치고 말았다.

버튼은 개막 2경기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19일 수원 KT와의 개막전에서는 40분을 풀로 소화하면서 40점을 넣으며 팀의 77대72 승리를 이끌었다. 팀 득점의 52%를 홀로 책임졌다. 하지만 21일 LG전에서는 35분50초를 뛰며 17점에 그쳤다. 불과 2경기 만에 23점이 줄어들었다.

조상현 LG 감독의 플랜대로 진행된 경기였다. 조 감독은 테크닉은 압도적이지만, 신장(1m93)이 크지 않은 버튼을 막기 위해 장신 선수들의 협력 수비를 들고 나왔다. 칼 타마요(2m2), 장민국(1m99), 정인덕(1m96) 등 키 큰 선수들이 타이트하게 돌아가며 막았다. 센터 아셈 마레이(2m6)까지 이 협력수비 시스템 안에 들어가 있었다. 결국 버튼은 1쿼터에 완전히 지워졌다. 3점슛 1개 시도에 그쳤고, 그마저도 실패하며 무득점.

2쿼터에 7득점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KT전에서 보여준 위협적인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LG는 버튼을 철저히 막는 대신 이승현이나 허웅에게는 어느 정도 득점을 내주는 전략을 썼다. 이승현이 25점을 넣었지만 허웅이 13점에 그치며 LG의 의도대로 움직여줬다.

'버튼 공략법'이 전창진 감독의 예상보다 일찍 등장한 결과다. 문제는 KCC가 이런 상황에 딱히 내놓을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장신 외국인 선수 타일러 데이비스가 조기 퇴출되고, 리온 윌리엄스가 급히 합류한 상황이 무엇보다 치명적이다. 윌리엄스는 당분간은 '길어야 10분' 밖에 소화할 수 없다.

결국 버튼이 볼 핸들러 겸 스코어러 겸 상대 외인수비를 모두 맡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선수들이 도와야 하는데, 송교창과 최준용이 부상 중이라 가용 인원도 많지 않다.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버튼을 쓰지 않을 수도 없다. 이제 다른 팀들은 LG전을 통해 버튼 공략의 힌트를 얻고 말았다.

쓰면 쓸수록 공략포인트가 노출되는 상황. 전 감독은 "우선은 버튼이 영리하게 풀어나가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과연 KCC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시즌 초반판도를 좌우하게 될 질문이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