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년전 챔피언결정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때까진 언니들이 시키는 대로 뛰었는데… 이제 내가 주장이라니 새롭고 어색하다."
데뷔 16년만에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달고 뛴다. 도로공사의 '배구천재' 배유나에게 새 시즌은 한층 특별하다.
2시즌전 '배구황제' 김연경의 흥국생명을 상대로 기적 같은 리버스 스윕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우승의 감격도 잠깐, 지난 시즌 6위에 그치며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달라야한다. 비시즌 FA 강소휘를 영입하며 새 시즌 우승권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통영도드람컵에서 아직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년만에 외국인 선수 2명 포함 12명이 바뀐 변화 속 혼란이 아직은 수습되지 않은 모습.
배유나는 2016년 도로공사 이적 이래 9년째 뛰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그를 중심으로 한 팀의 센터라인은 건재하다. 전후위에 배유나와 임명옥이 버티고, 신예 김세빈은 벌써부터 팀의 대들보로 우뚝 섰다. 강소휘와 외국인 주포 니콜로바가 더해진다. 문정원과 아시아쿼터 유니, 김세인 등이 힘을 보탤 예정. 신인 세터 김다은도 뛰어난 기량으로 주전 세터 이윤정의 입지를 위협한다.
그는 "작년 멤버가 몇명 안 남았다. 진짜 확 바뀌었다. 주장으로서 첫 대회를 잘 치르고 싶었는데 아직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느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우리 멤버 자체는 정말 좋다. 그래서 조금 기대했는데 역시 시작은 쉽지 않다. 시간이 약이 될 거다. 이제부터라도 손발을 잘 맞춰 가겠다. 감독님 믿고 따라가면 되지 않겠나."
고교 시절 '배구천재'로 불리며 당연한듯 1순위를 거머쥐었던 그다.
프로 초창기에는 아웃사이드히터와 미들블로커를 겸하기도 했다. 미들블로커임에도 아포짓마냥 팀의 주포 역할을 한 시기도 있다. 중앙에 자리잡은 뒤에도 상대의 짧은 서브에 대응해 리시브를 적지 않게 받아낸다.
"20대 중반까진 '미들 말고 윙으로 계속 뛰었다면' 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 그땐 힘이 좋고 자신감이 넘쳤으니까. 도로공사로 온 뒤론 미들블로커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내가 하나만 파니까 이렇게 잘할 수 있구나 싶다. 포지션을 옮긴 덕분에 더 오래 뛸 수 있었다."
올시즌 외국인 선수 중에는 페퍼저축은행의 새얼굴 장위(1m97)의 존재감이 크다. 속공과 블로킹, 이동공격까지, 전성기 장소연 감독마냥 공수를 겸비했다는 호평. 이밖에도 페퍼 자비치(1m90) 기업은행 빅토리아(1m91) 흥국생명 투트쿠(1m91) GS칼텍스 와일러(1m95) 등 새 외인들의 높이가 만만찮다. 양효진-이다현의 현대건설, 정호영-박은진의 정관장처럼 토종 블로커들부터 높이와 기량이 남다른 팀도 있다.
반면 도로공사는 1m90이 넘는 초장신 선수는 없다. 외국인 주포 니콜로바는 1m83의 비교적 단신이다. 김세빈(1m87)과 아시아쿼터 유니(1m89)가 가장 크다. 다만 김세빈은 비시즌 중 기흉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고, 유니는 아직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m80의 배유나에겐 무거운 짐이다. 배유나는 "1m90대 선수들이 중앙에도 있고, 양 사이드에도 여럿 있다. 우리 팀만 없다"며 웃은 뒤 "진짜 고민이 크다. 그 높은 벽을 어떻게 뚫어낼 것인가, 생각이 많다"고 했다.
때문에 가장 상대하기 힘든 팀으로도 중앙이 강한 정관장과 현대건설을 뽑았다. "무엇보다 조직력이 좋아야 그들을 넘을 수 있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컵대회는 시즌을 시작하는 대회일 뿐이다, 정규시즌에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주장으로서 잘 이끌어보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