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로(더플라자호텔)=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새 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의 관전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였다. 역대급 규모의 이적생들, 그리고 처음 시행하는 아시아쿼터와 팀별로 내세운 '업그레이드' 숙제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6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 각 2명씩 총 18명이 참석해 각오를 밝혔다. 우리은행에서 KB스타즈로 팀을 옮긴 나윤정은 "우리 팀은 흑에서 백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븐한 농구를 보여드리겠다"며 인기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유행어를 활용해 의지를 드러냈다.
오프시즌 동안 무려 16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디펜딩챔피언 우리은행은 최이샘(신한은행) 박혜진(BNK) 나윤정(KB)을 FA로 잃어 출혈이 컸다. 반대로 꼴찌였던 BNK는 베테랑 김소니아와 박혜진을 잡아 단숨에 우승후보로 등극했다. 신한은행에 새 둥지를 튼 최이샘은 전 스승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을 '아빠', 현 사령탑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을 '동네 오빠'에 비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이샘은 "다른 점이 너무 많아서 아직도 적응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우리은행의 에이스 김단비는 떠난 선수들에게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김단비는 "같은 팀일 때에는 나를 안 막아봐서 모르겠지만 나를 적으로 체험해봤으면 좋겠다. 특히 나윤정이요. 나윤정과 매치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도발했다. 나윤정은 손으로 '엑스(X)' 모양을 표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아시아쿼터다. 2020~2021시즌부터 외국인제도를 폐지했던 WKBL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변화를 꾀했다. 다만 아시아쿼터 선발 대상자는 W리그 소속 선수를 포함해 일본 국적자로 제한했다. 2명 보유에 1명 출전 가능하다. 이번 시즌은 총 8명이 WKBL 무대를 밟는다. 흡족한 선수가 없어 2명을 모두 뽑지 못한 팀도 있고 하나은행의 경우 최초에 지명한 와타베 유리나가 건강상 문제로 계약을 해지했다. 위성우 감독은 "기대가 컸는데 홍보가 많이 안 됐다. 생각보다 지원자가 적었다(12명 참가). 팀들 마다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위성우 감독은 "물론 배울 점도 분명히 있다. 국내선수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선의의 경쟁으로 여자선수들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지나고 좋은 선수들이 오면 팬들도 좋고 훨씬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구단 감독들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점을 하나씩 꼽았다.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은 '깡다구'를 강조했다. 하상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순하다는 외부 평가가 많다. 투지 있는 모습이 '깡다구'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나타난다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완수 KB 감독은 특이하게 '김완수' 업그레이드를 외쳐 화제를 모았다. 김완수 감독은 "일단 저부터 준비를 많이 하고 열심히 해서 업그레이드가 돼야 선수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나단 감독은 '독기', 위성우 감독은 '이적생', 김도완 하나은행 감독은 '분위기', 박정은 BNK 감독은 '에너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생명과 BNK가 '공공의 적'으로 등극했다. 구나단 위성우 김도완 박정은 감독이 삼성생명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올 시즌 대부분 팀이 주축 라인업이 변동됐는데 삼성생명만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박정은 감독은 "변화가 가장 적고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삼성이 제일 우승에 가깝다"고 전망하며 "변화가 많은 팀들도 좋은 경기력으로 시즌을 잘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상윤 감독과 위성우 감독은 BNK를 지목했다. 위 감독은 "박혜진과 김소니아를 다 데리고 있어 봐서 안다. 중요한 경기에서 잘 해줄 선수"라고 경계했다.
소공로(더플라자호텔)=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