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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13'파리 영웅뒤 묵묵히 헌신한 이들" 의무X컨디셔닝X심리 지원 '메디닷'세미나 현장 열기[현장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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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파리의 영웅' 뒤에서 헌신한 '소리 없는'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2024년 스포츠의·과학 세미나'는 파리올림픽 '메디닷(Medi.Dat=Medical+Data)' 지원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메디닷'은 진천선수촌이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포츠의학, 데이터 분석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종목별 소통·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마련된 프로젝트였다.

뜨거웠던 파리의 여름, 의무, 컨디셔닝, 심리, 특별 지원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던 의사, 트레이너, 영양사, 직원들이 처음으로 모였다. 1976년 몬트리올 이후 역대 최소 규모 선수단, 한국 스포츠의 난세에 0.01%의 메달 확률이라도 높이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국가대표의 자세로 분투했던 이들의 뒷이야기를 통해 '금메달 13개' 기대 이상 호성적의 이유, 금메달은 홀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올림픽의 진리를 확인했다.



▶의무 지원

기조연설에서 '파리 유도 동메달리스트' 김원진은 "파리올림픽 사전캠프는 진천선수촌과 유사한 훈련환경, 선수촌 의사 선생님, 치료실 선생님들이 계셨다. 치료와 재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었고, 이전 올림픽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나아진 환경이었다. 이는 선수 심리와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유재철 대한스포츠의학회 수석부회장은 "파리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스포츠의과학의 철저한 지원"이라면서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각 팀마다 전문의, 물리치료사, 운동생리학자, 심리상담사, 영양사 등 전문가들로 이뤄진 의무위원회를 필수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세션인 '의무 지원'과 관련 박수성 대한체육회 의무위원장(서울 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과 '진천 주치의' 이승림 대한체육회 정형외과 전문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천선수촌에서 근무하는 배중현 대한체육회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유중진 정형외과 전문의가 성과를 공유했다. 7월12일부터 8월10일까지 퐁텐블로 사전훈련캠프에서 진료, 처치, 복약 등 총 388건, 물리치료, 테이핑, 운동치료 등 총 553건, 7월20일부터 8월12일까지 선수촌내 의무실에서 진료, 처치, 복약 659건, 물리치료, 테이핑, 운동치료 등 총 987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11종목 경기장에 55건의 현장 의무지원이 진행됐다. 선수단 규모가 줄어들면서 의료진 규모도 축소돼 사전캠프 포함 3명의 의료진이 밤낮없이 일하는 가운데 아찔한 순간도 닥쳤다. 펜싱 A선수가 경기를 엿새 앞두고 사전캠프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발등이 찢어졌지만 응급 봉합, 재활로 결국 단체전 금메달을 딴 사례, 치아교정기에 문제가 발생한 선수, 경기 직전 어깨탈구가 된 선수 등이 응급처치를 통해 경기에 나선 사례 등이 소개됐다.

유중진 전문의는 파리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지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경기 전략, 부상 상황을 공유하고 전문 지식을 제공하며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한 것이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진수 세종스포츠정형외과의원장은 진천선수촌과 외부 전문병원과의 협업 사례을 소개했다. 올림픽 한 달전 손가락 뼈가 골절된 여자 태권도 선수, 올림픽 5개월 전 손목 인대가 파열된 펜싱 선수가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꿈의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낸 사례를 통해 남다른 보람을 전했다. 선수들을 위한 최고의 모기기피제를 고르는 데도 밤새 수십 개 논문을 뒤진 의사들의 노력은 숙연했다. 국가대표의 모든 부상은 "응급 상황"이라는 인식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컨디셔닝 지원

두번째 세션, 파리올림픽 선수촌,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밀착 동행했던 트레이너들도 무대에 섰다. 김은국 SRC재활병원장과 '치료실의 베테랑' 김현철 트레이너(차장)를 좌장으로, 김용준 물리치료사(트레이너)가 파리올림픽 컨디셔닝 지원 성과를 발제했다. 사전캠프에서 물리치료를 가장 많이 받은 종목은 유도 132건, 배드민턴 85건, 펜싱 42건순이었다. 부위는 허리 99건, 어깨 57건, 발목 54건순. 파리선수촌 의무실에선 유도 135건, 수영 131건, 배드민턴 106건 순이었다. 부위는 허리 168건, 어깨 99건, 발목 82건. 5명의 트레이너들이 전 경기장에 나눠 배치돼 선수 144명의 컨디셔닝을 도왔다. 김 트레이너는 "어떤 날은 4종목을 가는 날도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꽉찬 일정을 보내고 왔다"며 미소 지었다. "사전에 지도자 면담, 교류, 선수들과 1대1 매칭이 잘돼 치료뿐 아니라 소통이 잘 됐다. 원팀이 된 덕분에 좋은 성적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수, 김아솜 물리치료사가 '발목 힘줄 급성 부상관리 케이스'를 주제로 실제 현장 사례(배드민턴 안세영 사례로 추정)를 소개했다. 우 트레이너는 대회 직전 훈련 중 발목을 다친 선수의 통증과 부기를 초기에 빠르게 줄여낸 속성 운동요법, '발목 강화' 스쿼트 등 재활훈련 8일 전과정을 시연해보였다. 김아솜 트레이너는 이론적 근거를 설명했다. 우 트레이너는 "선수가 첫째날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 아이싱을 했고, 다음날부터 걷기를 최대한 빨리 시작했다. 3일차 운동을 시작했고, '안아프게 많이 움직이자'는 기본으로 발을 잘 써서 상체로 연결하는 훈련을 했다"면서 "금메달이라는 결과는 결국 선수가 잘한 것이다. 우리는 선수를 믿고 기본, 길만 잘 안내한 것"이라고 했다.

펜싱 '뉴 어펜져스'의 컨디셔닝을 책임 진 김명희 의무트레이너는 "대표팀은 전문가들이 협업하고 의논하면서 선수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게 하는 곳"이라면서 "트레이너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선수와 동고동락하려면 가족과의 시간도 내려놔야할 때가 많다. 나라에 대한 사랑, 스포츠에 대한 사랑 없인 하기 힘든 직업"이라며 사명감을 강조했다. 김세용 대한체육회 물리치료사는 컨디셔닝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스포츠에서의 상대적 에너지 결핍(RED-S)'을 소개하며 최신 트렌드를 공유했다.

▶심리 지원

세번째 세션,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파리올림픽 심리지원 성과는 가장 주목도가 높았다. 한 교수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진천선수촌 스포츠의·과학부, 각 종목 지도자들과 협업해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 수영, 유도 등 5개 종목 58명은 선수, 지도자, 트레이너 등 팀 전체가 '단체' 심리상담을 받았다. '도쿄 노메달' 아쉬움을 떨치고 파리서 5개의 메달을 따낸 유도는 심리 지원의 덕을 본 대표적 종목이다. 한 교수는 특정 팀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개인의 심리와 팀워크가 함께 좋은 합으로 만나야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했다. "팀워크를 위해 감독, 코치, 트레이너, 사무, 행정까지 다 참여하도록 했다. 구성원에게 양해를 구해 심리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처음에는 꺼려 했지만 지도자, 선수 결과를 공개하다 보니 서로간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팀워크가 좋아지면서 경기력도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단체 심리검사를 진행한 종목이 올림픽 직전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결과를 내면서 다른 종목의 단체 심리검사 요청이 이어졌다. 3번이나 한 팀도 있다"고 했다. "선수들의 기질은 타고난다. 계속 끊임없이 작전지시를 해줘야 하는 선수도 있고, 경기 중 감독보다 더 좋은 지각력을 가진 선수도 있다. 이 기질을 이해하면 지도자도 선수에 대한 오해가 줄어든다. 팀워크가 좋아진다"면서 "팀원 모두가 심리검사를 받은 팀이 결과도 좋았다. 팀과 개인이 융합된 팀, 서로 보정해주는 과정이 있었던 팀들이 결과도 좋았다"고 돌아봤다.

▶'케어-풀' 특별 지원

마지막 네번째 세션, 조남기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교수를 좌장으로,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단 지원에 올인했던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 직원들이 나섰다. 김형석 대한체육회 영상분석실 차장이 수영, 배드민턴, 펜싱, 태권도 등의 종목 영상 직접 촬영, 데이터 분석 자료 제공, 경쟁 선수 영상 및 데이터 제공을 통해 각 종목의 경기력을 지원한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향후 영상 분석 전담 인력 및 전문 분석가 확충, AI 장비 활용 등의 과제도 짚었다. 이미진 훈련기획부 차장은 '케어-풀(CARE-FULL) 프로젝트'을 통한 심리, 회복, 영양, 균형, 맞춤형 지원 노력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은영 대한체육회 영양사가 파리올림픽을 전후로 한 국가대표 선수단 맞춤 영양지원과 비트주스 등 선수 특별식단을 공개했다. 고된 훈련속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일 선수들을 위해 수시로 '먹고 싶은 메뉴' 설문조사를 통해 특식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드높인 사례도 공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7시간 가까이 이어진 세미나의 학구열은 뜨거웠다. 300여명의 객석이 들어찼고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현장 지도자, 학생들과 전문가들의 열띤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연세대, 을지대 등에서 40여 명의 전공 학생들이 참석했다. 연세대 물리치료학과 3학년 장민지, 명채빈양은 "파리올림픽에서 물리치료사의 역할이 궁금했고, 실제로 어떤 치료가 진행됐는지 궁금했다. 물리치료뿐 아니라 심리 ,컨디셔닝, 영양 등 다양한 부분을 배웠고 시야를 넓힐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학교 2학년 '근대 5종 선수' 출신 이선주양은 "기대 이상의 세미나였다. 선수 출신이라 운동 경험도 있고 진로에도 도움을 받고자 참석했는데 오늘 세미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의과학부가 진행한 세미나 만족도는 95%, 현장 지도자, 선수, 학생들이 "매우 만족" "만족"이라고 답했다.

장재근 진천선수촌장은 "국가대표 지도자, 의료진, 트레이너, 직원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오직 경기력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선수 중심의 밀착지원 덕분에 144명의 최소 선수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 원정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면서 "최전선에서 열의를 다해주신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며 감사를 전했다."각분야 전문가인 여러분들과의 소통, 지속적인 혁신과 연구를 통해 더 발전된 스포츠의·과학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여러분의 쓴소리도 달게 받아 선수들을 위해 더욱더 좋은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올림픽파크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