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함께 뛰는 김민재와 정말 잘 맞는다."
'괴물' 김민재의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의 미소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20일(한국시각)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슈투트가르트와의 2024~20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7라운드서 4대0 대승을 거뒀다. 개막 후 7경기 무패행진을 달린 바이에른은 승점 17점(5승2무)으로 선두를 지켰다. 바이에른은 리그 두 경기 연속 무승부, 유럽챔피언스리그 페이즈 2차전 애스턴빌라전 패배 포함, 3경기 연속 무승 행진을 끊는데 성공했다. 바이에른(골득실차 +17)은 2위 라이프치히(+9)에 골득실차에 앞서 선두를 달렸다.
김민재는 이날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임시로 주장 완장을 차고 10월 A매치 2연전을 모두 소화한 김민재는 독일로 돌아가자마자 다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10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성공했다. 뱅상 콤파니 감독의 무한 신임을 받았다. 당초 에릭 다이어의 출전이 예상됐지만, 부상이 의심됐던 '파트너' 우파메카노가 선발로 나서며 호흡을 맞췄다. 김민재는 최근 우파메카노와 8경기 연속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김민재는 슈투트가르트의 공격수들을 압도했다. 에르메딘 데미로비치와 데니스 운다브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20개가 넘는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분데스리가 정상급 투톱이다. 김민재는 이날 특히 데미로비치와 여러 차례 경합을 했는데, 탄탄한 피지컬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김민재는 빠른 발로 배후 공간을 차단하고, 공격적인 수비로 상대를 괴롭혔다. 결국 제바스티안 회네스 감독은 후반 중반 두 선수를 차례로 교체해야 했다.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90분을 뛰며 태클 성공률 100%(2/2), 리커버리 5회, 헤더 클리어 2회, 차내기 2회 등 완벽한 수비 지표를 보여줬다.
빌드업 측면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빌드업이 다소 불안하자, 김민재가 전면에 나섰다. 압박 속에서도 침착한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반 35분에는 해리 케인 득점의 기점이 되는 날카로운 패스를 뿌렸다. 김민재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10회의 터치를 하며 97번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92%에 달했다.
김민재는 이같은 활약을 앞세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풋몹은 양 팀 통틀어 네번째로 높은 7.5점을 줬다. 소파스코어 역시 네번째로 높은 7.6점이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다섯번째로 높은 7.3점이었다. 매체 바이에른 스트라이크는 '완벽한 퍼포먼스였다. 믿을 수 없을만큼 공중에서 용감했고, 우월했다'며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다만 빌트는 평범하다는 뜻의 3점을 줬다. 현지 팬들 역시 댓글로 '김민재가 3점이라며?'라고 의아해했다.
한편, 이날은 해리 케인의 날이었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바이에른은 후반 케인의 해트트릭으로 완승을 거뒀다. 케인은 후반 12분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슈팅으로 득점 포문을 열었다. 3분 뒤에는 혼전 중 수비수들의 연이은 태클을 뚫어내며 추가골을 뽑았다. 35분에는 주앙 팔리냐의 슈팅이 수비수 맞고 흐르자 재빨리 왼발로 밀어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케인의 올 시즌 세번째 해트트릭이었다. 케인은 오마르 마르무시(프랑크푸르트·9골)에 이어 분데스리가 득점랭킹 2위로, 득점왕 2연패의 시동을 걸었다. 바이에른은 후반 44분 킹슬리 코망이 추가골을 넣으며 완승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우파메카노는 'AZ'의 킬리안 크라이트마이어와 인터뷰에서 김민재와의 파트너십 등에 대해 털어놓았다. 우파메카노는 "함께 뛰는 김민재와 정말 잘 맞는다"며 "김민재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어 "김민재는 이전의 나처럼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우리는 앞으로도 정신을 차리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지난 시즌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주전은 김민재-우파메카노 라인이었다. 김민재는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우파메카노가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김민재가 아시안컵 이후 부진을 반복하며, 둘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마타이스 더리흐트와 에릭 다이어가 새롭게 주전 센터백 콤비로 떠올랐다. 투헬 감독은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는 김민재-우파메카노 대신 정적으로 박스를 지키는, 클래식한 수비를 펼치는 더리흐트-다이어 콤비를 중용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축구를 강조하는 뱅상 콤파니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느린 더리흐트는 아예 맨유로 보내버렸다. 다이어도 벤치로 물러났다. 콤파니 감독은 라인을 올려서 플레이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스피드와 활동량이 풍부한 김민재-우파메카노를 중용하고 있다. 물론 볼프스부르크와의 개막전만 하더라도 실수가 나오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두 선수의 콤비네이션은 점점 무르익는 모습이다. 특히 김민재가 나폴리 시절의 폼을 되찾으며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콤파니 감독은 디테일한 지도로 두 선수의 경기력을 끌어내고 있다. 김민재는 경"콤파니 감독은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을 훨씬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고 전했다. TZ는 '콤파니가 바이에른 수비를 제 궤도에 올린 방법'이라는 기사를 전했는데, 콤파니 감독의 세부적인 전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콤파니 감독은 해리 케인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함께하는 과감한 압박을 선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비라인의 간격을 줄이면서 김민재가 커버하는 범위를 줄였다. 빌드업 플레이에 대한 역할을 위쪽으로 올리며 수비진의 부담을 덜었고, 센터백들이 언제 전진하고 물러날지, 어떻게 커버해야할지를 섬세하게 지시했다.
콤파니 감독도 둘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두 선수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콤파니 감독도 "실수라는 건 무어인가? 우리는 팀으로서 모든 걸 잘 해내고 있다"며 두 센터백들을 향해 신뢰를 보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조슈아 키미히도 "그들이 지난 몇 주 동안 보여준 경기력은 대단하다. 그들은 넓은 공간을 수비해야 한다. 골문에서 50~60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뒤에 있는 큰 공간을 방어하려면 엄청난 실력이 필요하다. 그들은 볼프스부르크전 이후 비판을 받았지만, 감독님께서 공개적으로 그들을 옹호했다. 이제 그들은 이에 보답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폼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막스 에벨 바이에른 단장은 "수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 이게 바이에른다운 경기력"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괴팍한 스타일의 투헬 감독 시절, 적응과 전술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콤파니 감독 아래서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자신감 있고, 과감한 플레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확실한 주전 센터백 콤비로 나서고 있는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의 다음 상대는 바르셀로나다. 전 바이에른의 감독 한지 플릭과 전 바이에른의 에이스 스트라이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포진했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리마레리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4일 유럽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통해 두 선수의 힘을 또 다시 시험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