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관장이 시즌 첫승으로 레전드의 은퇴를 배웅했다.
정관장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시즌 홈개막전 GS칼텍스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8, 25-22, 25-12)로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정관장은 지난 시즌 7년만의 봄배구 진출, 비시즌 통영도드람컵 준우승에 이어 시즌 첫 경기에서도 승리를 따내며 홈팬들에게 상쾌한 출발을 알렸다. 경기전 진행된 여자배구 레전드 한송이와의 작별도 기분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장신 외국인 아웃사이드히터(OH)의 리시브에서 승부가 갈렸다. 지난 컵대회를 통해 '배구천재'라는 찬사를 받은 부키리치(1m98, 16득점)가 안정된 리시브와 더불어 고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낸 반면, GS칼텍스 와일러(1m95, 7득점)는 1세트부터 리시브 범실을 연발하며 팀 패배의 장본인이 됐다.
양팀 공히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로 '쌍포' 체제를 갖춘 팀이다. 다만 정관장이 표승주(OH)-염혜선(세터)-정호영-박은진(이상 MB)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견고한 토종 라인업을 갖춘 팀인 반면, GS칼텍스는 권민지(OH)-김지원(세터)-오세연-문지윤(이상 MB) 등 신예들을 대거 기용하며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중인 팀이라는 차이가 있다.
GS칼텍스는 여기에 주장 유서연-주전 세터 안혜진도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 객관적 전력에서 정관장이 한수 위의 라인업을 갖췄다. 한국에서 두번째 시즌을 맞이한 정관장 부키리치-메가는 이제 유연함까지 장착했다는 평가. 반면 GS칼텍스는 리그 최고의 해결사 실바가 있지만, 와일러의 기량이 아직까진 물음표다.
과거 정관장 사령탑을 지냈던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을 사이에 둔 '이영택 더비'이기도 했다. 경기전 만난 이영택 감독은 "라커룸만 반대편일 뿐 익숙하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컵대회는 잊고 시즌 첫경기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한송이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다"며 웃었다. "올시즌은 리시브가 아닌 2단 연결, 그리고 오픈의 성공률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란 예측도 내놓았다.
경기전 예상대로 진행된 경기였다. 정관장은 부키리치 표승주 박은진 정호영 염혜선 메가에 리베로 노란의 주전 라인업을 풀가동했다. GS칼텍스는 권민지 와일러 문지윤 오세연 김지원 실바에 리베로 한수진으로 맞섰다.
정관장은 1세트 초반부터 GS칼텍스 와일러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시켰다. 와일러가 이에 잘 대처하지 못했고, 블로킹이 높은 정관장의 힘이 한층 배가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8-5, 14-8, 19-11로 점수차가 쭉쭉 벌어졌고, 그대로 정관장의 승리.
2세트에도 비슷한 양상의 경기가 이어졌다. GS칼텍스는 와일러를 쉬게 하며 리시브 안정감을 찾고자 했지만, 이번엔 실바의 공격이 흔들리며 초반 리드를 내줬다. 정관장은 표승주와 박은진이 고비 때마다 자기 역할을 해내며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세트 막판 실바의 불꽃 서브와 스파이크에 24-22까지 쫓겼지만, 세트 마무리 또한 실바의 서브 범실이었다.
3세트는 압도적이었다. 실바의 강서브를 앞세운 GS칼텍스의 초반 리드는 한순간이었다.
정관장은 부키리치-메가의 쌍포를 앞세워 5-4로 승부를 뒤집었다. 마음이 급해진 실바의 공격도 연신 라인을 벗어났다. 정관장은 그대로 14-7, 19-8, 23-10으로 줄달음질치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정관장의 부키리치-메가(16득점) 쌍포는 31득점을 합작했고, 표승주(10득점)와 박은진(9득점)이 빈틈없이 뒤를 받쳤다. GS칼텍스는 실바(17득점)가 분투했지만,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