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디욘테 버튼은 너무나 열정적 선수였다. 원주 DB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DB의 객관적 전력 자체는 1위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경민과 함께 버튼은 DB의 강력한 공격 농구를 이끌었고, 결국 정규리그 1위와 함께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단, 챔프전에서는 서울 SK의 덫에 걸렸다. 당시 락다운 디펜더였던 최원혁이 피지컬한 수비로 버튼 막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버튼은 제 역할을 했지만, 최원혁의 수비도 만만치 않았다. SK의 조직적 수비에 결국 DB는 최종승자가 되지 못했다. ㅇ
그리고 7년이 지났다. 버튼은 DB의 재계약 제안을 수락할 수 없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제안이 왔고, 투웨이 계약으로 NBA에 입성했다. 당시 명분과 연봉 모두 투웨이 계약이 앞서 있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그는 폴 조지와 호흡을 맞췄다. 여전히 NBA 최상급 스몰포워드인 그는 현지 팟 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이언 윌리엄슨이 있지만, 내가 볼 때는 디욘테 버튼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제2의 자이언 윌리엄슨'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버튼은 지난 9월 나고야 전지훈련 당시 인터뷰에서 '내가 자이언보다 나이가 많다.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것은 맞지만, 제2의 자이언은 아니다'라고 농담섞인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버튼이 KCC에 합류하자, 디펜딩 챔피언 KCC는 일약 또 다시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의구심은 있었다. 지난 시즌 KCC는 최준용 송교창 허 웅 이승현 등 화려한 국내 멤버와 함께 라건아와 알리제 존슨 등이 번갈아 골밑을 지배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창진 감독의 적재적소의 용병술과 노련한 경기 운영도 뒷받침됐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KCC 우승의 원동력은 뛰어난 국내 선수도 있지만, 라건아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골밑 지배력"이라고 했다. 실제,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버튼이 왔다. NBA의 트랜지션에 적응하기 위해 버튼은 10㎏ 가량 감량했다. 이 부분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자밀 워니, 숀 롱, 아셈 마레이 등 강력한 빅맨들이 있는 국내 리그에서 파워가 감소한 버튼이 지배력을 갖출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최준용과 송교창이 시즌 초반 결장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KCC의 초반 행보는 험난해 보였다.
버튼은 위력적이지만, 최준용 송교창이 결합해야 온전한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시선이 유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우였다. 버튼은 완벽하게 입증했다.
40득점을 폭발시켰다. 16리바운드를 잡아냈다. 4개의 블록과 4개의 스틸.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
경기가 끝난 뒤 버튼은 의외의 질문과 의외의 답변을 했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자단에게 "기자분들은 제가 7년 전에 비해 기량이 향상됐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렇다. 더욱 여유로워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코트 안팎에서 성장하려고 7년 간 노력했다. 스스로도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버튼은 7년 전과 다르다. 7년 전 강력한 운동능력을 앞세워 상대팀을 파괴했다면, 현 시점에서는 강력한 테크닉과 경기흐름을 꿰뚫는 눈, 그리고 여유로움과 승부처 집중력에서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결국 리그 최상급 수비수인 문정현 문성곤의 집중견제를 무력화시켰고, 상대 미스매치 공략에 당당하게 맞섰고, 승부처에서 흐름을 이끄는 결정적 득점과 스틸, 블록을 하면서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하지만, 그는 공식 인터뷰에서 첫 마디를 "팀동료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부상자가 많았지만, 팀원들의 서포트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미스매치는 걱정하지 않는다. 20분을 뛰든, 40분을 뛰든 우승이 중요하다. 내 커리어에서 우승이 없었다. 올 시즌 꼭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코트 안팎으로 완벽했던 버튼의 데뷔전이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