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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상 아픔속 김은정 감독의 시련과 도전,23일 마지막 미국전이 남았다[女U-17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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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디펜딩챔피언' 스페인에 완패했다.

여자 U-17 대표팀은 20일 오전 5시(한국시각)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펠릭스 산체스 경기장에서 펼쳐진 스페인과 2024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B조 2차전에서 스페인에 0대5로 패했다.

한국은 전반 6분 케이시 유진 페어(에인절 시티)의 패스에 이은 서민정(경남로봇고)의 왼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후 스페인의 반격이 거셌다. 전반 7분 셀리아 세구라의 크로스에 파우 코멘다도르가 튀어오르며 헤더골을 터뜨렸다.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견뎌내던 전반 32분 또다시 위기가 닥쳤다. 마르티나 곤살레스의 크로스가 노시은(울산현대고)을 맞고 흐른 것을 세구라가 잡아채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추가시간 아이리스 애슐리 산티아고에게 세 번째 골까지 내주며 0-3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한국은 반격에 나섰지만 후반 2분 만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흔들렸다. 박지유(예성여중)가 엠마 모레노에게 태클을 하려다 페널티킥을 내줬고, 모레노가 이를 성공시키며 0-4. 후반 45분 스페인의 알바 세라토가 박스 안에서 태클로 케이시의 발목을 가격하는 무리한 반칙으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하며 수적 우위를 점했으나 후반 추가시간 아이노아 고메스에게 쐐기골까지 내주며 0대5로 패했다.

디펜딩챔피언으로 1차전에서 미국을 꺾고 올라온 스페인은 예상대로 강했다. 24개의 슈팅, 10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한국은 3개의 슈팅, 이중 유효슈팅은 1개였다. 고비 때마다 부상으로 낙마한 캡틴 원주은의 공백이 아쉬웠다.

이날 한국을 꺾으며 2연승을 달린 스페인은 8강행을 조기 확정 지었다. U-17 여자월드컵은 16개국이 출전,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2위까지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우승 경쟁을 펼친다. 콜롬비아전 1대1 무승부에 이어 이날 패배를 기록한 한국은 23일 강호 미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에 따라 8강 여부가 결정된다.

경기 후 김은정 감독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은 디펜딩 챔피언이라 쉽지 않은 경기를 예상하며 맞섰지만 어려웠다.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경기력은 만족할 수 없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미국과의 3차전은 8강 진출의 고비인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는 강인한 각오를 전했다.

김은정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둔 지난 18일 부친상을 당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대회, 스페인전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전해진 비보였다. 여자축구 전임지도자로 2015년 캐나다월드컵, 2019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윤덕여호의 수석코치로 일하며 한국 여자축구의 월드컵 16강 역사를 썼고, 올해 U-17 여자아시안컵에서 강호 중국을 꺾고 3위에 오르며 6년 만에 천금같은 월드컵행 티켓을 따낸 김 감독은 시련 중에도 의연하게 팀을 이끌었다. 막내딸의 축구를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고, 막내딸이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꼭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던 아버지는 딸의 귀환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가족들은 "엄마, 언니, 오빠가 아버지를 잘 보내드릴 테니 너는 선수들과 나라를 위해 할 일만 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감독의 어머니는 하늘나라서도 아버지가 응원할 것이라고, 이른 새벽 장지로 가는 길에도 딸의 경기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나라를 위해, 여자축구를 위해 아픈 개인사를 뒤로 미룬 채 감독도 선수도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실력 차가 컸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23일 산티아고에서 펼쳐질 최종전, 미국을 상대로 한국 여자축구 미래와 희망을 위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