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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강남대전' 1년] 전문 매장 가보니…삼성스토어, 동선·소통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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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한국 시장 공략에 진심이다. 최근 선보인 아이폰 16의 1차 출시국에 포함시켰고, 애플스토어 수를 늘렸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젊은층의 아이폰 선호도가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도 맞불을 놓았다. 특히 자존심을 건 강남 스토어 경쟁이 시작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애플은 웃고 삼성은 쓴웃음을 삼키고 있다.

▶'2년 새 3개 추가' 서울 내 애플스토어, 도쿄보다 많아

애플이 한국 시장에서 태도를 바꾼 배경으로는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이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970만대로 전년의 1040만대와 비교하면 6.7% 줄었다. 카운터포인트도 애플의 지난해 1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줄었고,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점유율은 1위지만 현지 IT기업인 화웨이와 오포 등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한 시기로, 애플이 국내 애플스토어 확장에 나섰던 때와 겹친다.

애플은 지난해 3월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는 강남에 애플스토어 5호점을 열고, 직접적인 고객 확보 평가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애플은 2018년 가로수길에 첫 애플스토어를 선보인 이후 2021년 여의도 IFC몰, 2022년 명동과 잠실에 애플스토어를 오픈했다. 4년간 4개의 매장만을 열었던 애플스토어는 지난해 강남에 이어 같은해 12월 하남(6호점), 올해 1월에는 홍대(7호점)를 오픈하는 등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서울(6개)만 놓고 봐도 아이폰 성지로 여겨지던 일본 도쿄(5개)보다 매장 수가 많다.

애플의 국내 애플스토어 확대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강남역 인근에 삼성 강남을 열었다. 위치는 애플스토어 강남과 600여m 거리다. 본사 내 있던 딜라이트샵을 외부로 옮긴 모바일 특화 전문 매장으로, 젊은 소비층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가 약간의 우위를 차지했다. '오픈 효과' 및 다양한 이벤트 덕이다. AS센터 이용 고정 방문객, 넓은 면적 등을 통한 규모의 경쟁이 가능했다. 삼성 강남은 지하 1층에서 5층까지 6개층으로 면적은 2000㎡(약 600평), 애플스토어 매장은 577㎡(약 158평) 규모다.

▶이용객 많은 애플스토어 강남, 동선·직원 응대 앞서

양사의 매장 경쟁이 시작된 지 1년 이상이 흐른 지난 14일, 애플스토어 강남과 삼성 강남 이용객 수는 차이를 보였다. 양사 모두 방문객 수를 집계하지 않아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 11일과 14일 각각 방문한 결과만 놓고 보면 애플스토어 강남의 압승이다. 삼성 강남은 인근의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매장에 비해 이용객이 적었다. 반면 신논현역 앞 애플스토어 강남은 비슷한 시간 제품 구매 고객을 비롯,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운영 방식의 작은 차이가 큰 차이로 이어진 듯 보인다. 두 매장은 최신 스마트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동선에 차이가 있다. 애플스토어 강남의 경우 매장 중심에 스마트폰을 두고 양쪽으로 태블릿, 노트북 등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애플 뮤직 등의 서비스를 소개한다.

삼성 강남은 1~3층에서 제품을 볼 수 있지만 IT 제품 간 층별 구분이 되는 것처럼 느껴져 연결성이 부족해 보였다. 고객 쉼터에 가까운 3층과 4층 이용객 수도 적었다. 재활용 모바일 주변기기 만들기 공간 등은 IT기기 전문 매장이라기 보다는 이벤트 공간인 팝업스토어같은 느낌을 줬다.

직원의 고객 응대도 차이를 보였다. 애플스토어는 고객과 대화를 통한 소통을 추구한다면, 삼성전자는 기술경쟁력을 보여주는 식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친절한 응대는 같았지만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애플스토어 직원은 제품을 살펴보는 이들에게 "이렇게 하면 편하게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요" 등 적극적인 소통 위주의 접근과 스마트폰 기능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곁들이지만, 삼성 강남 직원은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 보세요"라고 말한 뒤 별도 문의가 없으면 고객을 따라다니며 지켜보는 형태로 소극적에 가까웠다.

특히 제품에 대한 설명도 '카메라 성능이 뛰어나다', 'CPU 속도가 빠르다' 등 성능 관련 수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기술 발전으로 기능 격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의 관건은 고객 니즈 파악 및 편의성 확대, 소비자와 기업 간 원활한 소통이다. 양사의 고객 응대와 소통 방식의 차이는 분명했다.

삼성전자는 삼성 강남을 젊은 소비층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삼성 제품만의 효과적인 이용 소개, 재미 요소 등을 넓히는 등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스토어의 경우 세계적으로 제품 판매를 넘어 관광명소 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주요 국가의 IT 전문 매장 운영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이 요구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소통 방식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