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토마스 투헬 감독이 잉글랜드 지휘봉을 잡게 됐다. 곧 공식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를 비롯한 복수 매체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동시다발적으로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투헬 감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헬 감독이 차기 잉글랜드 감독이 부임하기 위해서 잉글랜드 축구협회와 논의를 가졌다. 양 측의 논의가 진전된 단계에 있지만 금일에는 발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래도 상황은 빠르게 진전될 수 있으며 투헬 감독이 차기 잉글랜드 감독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투헬 감독과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영국 타임즈는 15일 저녁 독점 보도를 통해 "투헬 감독이 잉글랜드 감독이 되기로 합의했다. 잉글랜드 감독이 되는 최초의 독일인 사령탑이 된다. 이번 주에 발표가 있을 것이다. 투헬 감독은 2025년 1월부터 일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18개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후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 또한 개인 SNS를 통해 합의가 성사됐을 때만 붙이는 'HERE WE GO'를 외치면서 "투헬 감독이 잉글랜드 사령탑이 되기 위한 계약을 완료했다. 서로 조건에 합의했으며 계약이 체결됐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7월에 투헬 감독에게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투헬 감독은 유럽에서 인정받는 명장이다. 2009~2010시즌 마인츠 감독이 되면서 커리어를 시작한 투헬 감독은 곧바로 성공가도를 내달렸다. 독일 분데스리가 중위권 전력인 마인츠를 리그 상위권까지 올려 놓으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마인츠에서 박주호와 구자철을 영입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선호도도 보여줬다. 마인츠를 떠난 후 휴식을 취하다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부임해서도 투헬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은 뛰어났다. 바이에른 뮌헨의 야성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도르트문트를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였고, 2016~2017시즌에는 독일축구협회 포칼컵에서도 우승을 해내면서 감독으로서 첫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에서 선수단, 구단 수뇌부와 사이가 멀어지면서 2년 만에 이별했다. 도르트문트라는 빅클럽에서 공격축구를 잘 보여준 투헬 감독은 파리 생제르맹(PSG)의 손을 잡았다.
PSG에서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투헬 감독은 PSG에 구단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 진출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리그에서는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면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에 PSG를 떠난 이유 역시 선수단 및 구단 수뇌부와의 마찰이었다. 투헬 감독은 PSG와 이별하자마자 첼시로 부임해 역사를 썼다. 부진에 허덕이던 첼시를 빠르게 정상화시켜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를 넘고 UCL 우승을 달성해냈다. 2021~2022시즌에도 첼시는 리그 3위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헬 감독은 새롭게 바뀐 첼시 수뇌부와 마찰을 일으키며 2022~2023시즌 갑자기 경질됐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투헬 감독은 바이에른으로 부임했다. 극적으로 리그 우승을 해냈지만 2년차가 처참했다. 해리 케인과 김민재 등 많은 보강이 이뤄졌지만 12년 만에 바이에른은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결국 바이에른은 투헬 감독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투헬 감독은 곧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심을 받았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이 경질 위기에 봉착하면서 다시 한 번 맨유와 연결됐지만 투헬 감독의 최종 행선지는 잉글랜드 사령탑이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투헬 감독이 바이에른에서는 큰 실패를 겪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잘 알고 있으며 첼시에서 성공했던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이에른에서 해리 케인을 매우 잘 활용한 바 있다.투헬 감독은 엄청난 연봉 삭감도 감수했다. 바이에른에서 투헬 감독의 연봉 추정치는 최소 1,000만 유로(약 148억 원)였다. 구단과 국가대표팀의 재정적인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투헬 감독의 기존 연봉의 절반 정도만 수령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에서 활동하는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잉글랜드를 이끌면서 약 500만 유로(약 74억 원)를 받기로 합의했다. 투헬 감독이 큰 양보를 결정한 것이다.
계약 기간도 18개월로 짧은 편이다. 일단 투헬 감독이 잉글랜드를 이끌고 오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어느 성과를 내는지를 판단한 후에 계약 연장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