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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다"던 염갈량의 '대구 빅볼' 처참한 실패. '잠실 뛰는 야구'는 될까[PO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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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대구는 삼성 라이온즈의 잔칫집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플레이오프 1,2차전서 홈런 8개를 폭발시키면서 LG 트윈스 마운드를 맹폭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이에 맞서 대구에서 빅볼을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LG가 친 홈런은 3개뿐이었고, 그나마 2개는 2차전 9회초에 1-10으로 뒤진, 사실상 승부가 끝난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의미가 없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홈인 잠실과 원정과의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지향해왔다.

국내 야구장 중에서 가장 커 홈런이 가장 적게 나오는 잠실에서는 기동력을 위주로 작전 야구로 득점력을 높이는 스몰볼 전략을 썼다.

반면, 원정에서는 잠실보다 작기 때문에 타선의 폭발력을 통한 빅볼을 기대했다. LG에도 오스틴(32개)이나 문보경(22개) 박동원(20개) 오지환(10개) 김현수(8개) 등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있기 때문에 원정 경기장에선 장타력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염 감독은 준PO 5차전서 KT를 꺾고 PO에 진출했을 때 "삼성이 치면 우리도 치면 된다"며 "우리도 대구에선 빅볼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이 6명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타선에서는 절대 삼성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자신있게 말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염 감독의 구상과 완전히 달랐다.

삼성 타자들은 대구의 작은 구장에 최적화된 홈런을 때려냈다. 잠실에선 플라이로 잡히거나 2루타가 될 정도의 타구가 살짝 살짝 담장을 넘었다.

하지만 같은 조건임에도 신기하게 LG 타자들에게선 그런 타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마치 삼성 타자들은 어떤 포인트에서 어떻게 쳐야 담장을 넘는지 알기라도 하듯 홈런을 쏟아냈다. 결과론적으로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셈.

LG 타자들 중에선 원정보다 홈인 잠실에서 더 많은 홈런을 치는 타자도 있다.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많이 치르다보니 잠실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

이제 벼랑 끝에 몰린 LG는 잠실에서 열리는 3,4차전에서 모두 이겨야 대구에서 열리는 5차전을 할 수 있게 된다. 3차전 선발은 준PO MVP인 임찬규고, 4차전 선발은 디트릭 엔스다. 임찬규는 준PO 5차전 이후 5일의 휴식을 가졌고, 엔스는 준PO 4차전 후 8일을 쉬고 등판을 한다.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타격이다. 삼성은 1,2차전에서 이미 타격감이 모두 올라왔음을 알렸다. 다만 2차전 때 무릎 인대를 다친 구자욱이 3,4차전을 뛸 수 없는 점이 약점이다. 구자욱은 33홈런으로 팀 내 최다 홈런 기록자.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도 5타수4안타(0.800), 1홈런, 3타점, 4득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LG로선 특유의 기동력으로 삼성의 수비진을 힘들게 하면서 집중력 있는 타격을 해야 승산이 있다.

기대는 해볼만 하다. 3차전엔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을 하는 황동재고 4차전엔 1차전 승리투수 데니 레예스가 등판한다. 레예스가 101구 피칭 후 사흘 휴식 만에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2차전 우천 취소로 인해 하루를 더 쉬면서 나흘 휴식후 등판을 할 수 있게 됐다.

LG는 빅볼 전략 때문인지, 점수차가 크게 뒤져서인지 대구에서는 뛰는 야구는 하지 않았다. 2경기에서 나온 도루는 1차전 오스틴의 성공이 유일했다.

삼성은 1,2차전에서 홈의 이점을 살린 빅볼을 확실히 보여줬다. LG가 안방에서 다양한 작전과 뛰는 야구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보여줘야 대구행이 가능해진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