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무르익는 가을야구, '수 싸움'의 향연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선 볼 수 없었던 갖가지 승부수가 펼쳐지고 있다. 1승이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단기전, 승리를 위해 사령탑들은 머리를 쥐어 짜내고 있다. 묘수가 때론 악수가 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한국시리즈 제패로 통합우승과 V12 달성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도 갖가지 수를 짜내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싸우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12승4패)와 LG 트윈스(13승3패)를 압도한 바 있지만, 머릿 속에 지운 지 오래다. 양팀의 매 경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단순 경기력 뿐만 아니라 경기 시간, 구장 특성까지 모든 것을 머릿 속에 놓고 판을 짜고 있다.
이런 이 감독이 확실하게 정한 게 있다.
이른바 'JJJ 트리오'로 불리는 필승조다. 이 감독은 "정해영이 8회 이전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장현식 전상현도 마무리급의 구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마무리가 맨 뒤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 그 부분에선 웬만하면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현식은 올 시즌 75경기 75⅓이닝 5승4패16홀드, 평균자책점 3.94다. 전상현은 66경기 66이닝 10승5패19홀드7세이브, 평균자책점 4.09, 정해영은 53경기 50⅔이닝 2승3패3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49다. 정해영은 세이브 부문 1위, 장현식 전상현은 홀드 35개를 합작했다. 세 선수를 앞세운 KIA 필승조는 올 시즌 KBO리그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이 감독이 필승조 구성을 페넌트레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게 가져가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가을야구가 단기전인 건 맞지만, 한국시리즈는 '단기전 같지 않은 단기전'이다"라고 말했다. 7전4선승제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보다 1승을 더 해야 하는데, 경기 일정상 선발 투수 4명은 확보해야 안정적인 시리즈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감독은 "최대한 (페넌트레이스 때의) 틀을 지키면서 움직이는 게 좀 더 유리하지 않나 싶다. 한 경기를 잡으려고 뭔가 바꿔가다 보면 마지막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발 4명을 정해놓으면 중간에선 타이밍에 따른 당일 컨디션, 좌우 유형 선택을 하고 필승조로 넘어가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번 가을야구 기간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모니터링 중이다. 단순히 상대 분석 뿐만 아니라 경기 중 드러나는 작전과 플레이 장면을 철저히 해부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시리즈를 독하게 준비 중인 이 감독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