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최대어라는 말을 쓰기 부끄러운 상황, 구단들도 지갑 닫을까.
FA.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가장 설레는 단어다. 일생일대,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기회다.
첫 번째 FA는 특히 더 그렇다. 1살이라도 젊을 때, 자신의 능력치가 최대일때 좋은 계약을 따내야 한다.
올시즌이 끝나면 또 많은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는다. 매시즌 '최대어'가 지목된다. 이번 FA 시장은 투수 부문 최원태(LG)와 엄상백(KT)이 최대어로 꼽힌다. 고영표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KT 위즈와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두 선수가 최고 인기 매물이 될 것으로 보였다.
두 선수 모두 선발이 부족한 팀들을 유혹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최원태는 올시즌 9승, 엄상백은 13승을 따냈다. 압도적인 토종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팀의 3~4 선발로 한 시즌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번 가을, 두 사람의 경기력은 충격적이다. 구위도 그렇고, 멘탈도 큰 압박감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최원태는 1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지난해 KT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도 초반 무너졌고, 올해 KT 준플레이오프 3차전 역시 실망스러운 투구를 했다. '새가슴'이라는 비아냥을 피해갈 수 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엄상백도 마찬가지다. 정규시즌 13승을 따냈지만, 기복이 있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전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4이닝 4실점, 3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두 경기 다 패전투수였다. 부진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공을 믿지 못하고 어렵게 로케이션을 하다 스스로 꼬이는 패턴이었다. 엄상백은 사실상의 가을야구였던 SSG 랜더스와의 5위 타이브레이커에도 선발로 나섰지만, 4⅔이닝 2실점으로 패전 위기에 몰렸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것만도 큰 가치일 수 있다. 그런 토종 선발 투수들이 부족한 리그 현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이렇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자신들의 몸값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걸 선수들도 모를리 없다. 구위도 구위지만, 승부사적 기질이 있어야 프로 무대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다.
한 시즌을 치르며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을까, 큰 경기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었을까. 뭐가 됐든 이번 가을은 두 FA 최대어에게 매우 중요한 쇼케이스 무대였다. 하지만 그 공연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