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모습, 변화무쌍하다.
동료들에 장난을 치며 웃음꽃을 자아내다가도 훈련에 돌입하면 눈빛 자체가 달라지는 모습. 짧은 휴식시간에도 통역을 통해 코치진과 소통하는 등 진지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어쩌면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전반기 중반부터 소크라테스는 퇴출설에 시달렸다. 5월까지 2할7푼4리에 불과했던 타율이나 좀처럼 불붙지 못한 장타 생산 능력 등 외국인 타자로는 뭔가 아쉬움이 많다는 게 지적됐다. 특히 좌완 투수 상대 타율이 2할3푼5리로 앞선 2년 간 이어진 '좌상바' 기질을 극복하지 못하는 점 역시 거론됐다. KIA가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확실한 한방을 갖춘 타자를 찾아야 한다는 시선이 이어졌다.
하지만 KIA는 소크라테스를 믿는 쪽을 택했다. 반등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그의 자세에 초점을 맞췄다. KIA 이범호 감독도 "더워지면 잘 하는 선수다. 분명히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소크라테스를 응원했다.
소크라테스는 6월부터 9월까지 넉달간 월간 타율 3할 중반대를 기록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3할1푼(552타수 171안타) 26홈런 97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75. 2022년 KBO리그 진출 후 '커리어 하이' 성적이다. 좌완 투수 상대 성적 역시 타율 2할8푼9리, 홈런 11개(우완 투수 상대 타율 3할1푼8리, 14홈런)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에서 만난 소크라테스는 "계속 이기면서 치른 시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뛰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갖는 이 여유도 즐겁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의미 깊은 시즌이다. 지난 두 시즌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고,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편견도 극복해냈다"며 "무엇보다 이 팀이 '나를 믿어주는 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KBO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준비하는 한국시리즈. 소크라테스의 목표는 단 하나다. "광주 홈 경기를 만원관중 속에서 치를 때마다 한국시리즈를 상상해왔다. 아마 더 열광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날 믿어준 팀,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 마지막 순간 동료들, 코치님과 함께 우리 팬들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KIA 타이거즈가 7년 전 V11을 일굴 때를 돌아보면 로저 버나디나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매 경기가 승부처인 한국시리즈의 특성상 외국인 타자의 한방이 승리의 지름길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테스형은 '보은'을 꿈꾸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