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용호상박이란 이런 것이다. '연기 변태' 김태리와 '캐릭터 장인' 김소연이 주말 안방 이름을 내건 박빙 경쟁을 시작했다. 많은 우려와 기대 속 포문을 연 두 편의 드라마는 간발의 차이를 보이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일단 김태리가 먼저 웃었으나 제대로 칼을 간 김소연도 만만치 않은 내공으로 맹추격에 나섰다.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최효비 극본, 정지인 연출)와 JTBC 새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최보림 극본, 조웅 연출)가 지난 12일 동시 첫 방송됐다.
이날 오후 9시 20분 방송을 먼저 시작한 '정년이'는 타고난 소리꾼의 자질을 갖추었지만 고향 목포에서 생선을 팔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이 운명적인 계기로 국극 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졌고 '정년이'가 끝난 직후인 밤 10시 30분 왕년의 고추아가씨 진이었던 한정숙(김소연)이 '남편 뽑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실질적 가장이 돼 끝내 성인용품 방문판매까지 나서는 웃픈 상황이 그려진 '정숙한 세일즈'로 이어졌다.
'정년이'는 각자 완벽한 옷을 입은 듯한 배우들의 호연, 생동감 넘치는 1950년대의 풍경과 센세이셔널한 국극의 미장센, 귀를 사로잡는 국악의 선율, 흥미로운 서사를 아름답고 짜임새 좋게 만들어내 시청자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김태리는 온갖 잠재력들이 금방이라도 알을 깨고 나올 듯 재능과 스타성으로 똘똘 뭉친 정년이의 투박하지만 반짝임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돌아온 김태리를 향한 기대를 확신으로 바꿨다.
'정숙한 세일즈'는 시작부터 그때 그 시절의 비디오 테이프,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 공중전화, 사람 냄새로 북적거리는 전통시장,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 김완선의 노래 등을 펼쳐 놓으며 시청자들을 하여금 아주 특별한 시간 여행으로 초대했다. 여기에 익숙함 속에 더해진 새로운 빨간 맛, '성인용품 방문판매'라는 파격적 소재는 90년대 여자들을 향한 편견, 억압, 가난에 녹진히 녹아 들어 안방극장에 건강한 풍기문란을 제대로 일으켰다. 무엇보다 '정숙한 세일즈'를 이끄는 리더 김소연은 민낯에 가까운 말간 비주얼부터 조신하고 수동적인 면모까지 전작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보였던 악녀 천서진과 180도 달라진 캐릭터로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천서진을 완벽히 지우고 한정숙으로 이름을 갈아 끼우며 시청자의 기대를 높였다.
시청률도 박빙이었다. '정년이'는 첫 방송 시청률 전국 4.8%, 수도권 5.7%를 기록했고 '정숙한 세일즈'는 전국 3.9%, 수도권 4% 수치를 보였다.(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일단 김태리가 시청률에 있어서 간발의 차이로 우위를 선점했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화려한 장막을 연 '정년이'와 '정숙한 세일즈'가 입소문을 얻고 마지막까지 날아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