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현지 언론들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주요 매체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면 일간 클라린, 라나시온, 파히나12 등은 한강 작가 작품들의 스페인어 번역본 출판사 측 인터뷰를 포함해 이틀간 수십 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현지 매체 인포바에는 소속 기자가 작성한 것 외에도 외신까지 20여건 넘는 기사를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한강 작가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여성 작가라는 점, 전 세계 K팝 열풍 속에 또 다른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웅변했다는 분석, 현대 한국사를 소재로 인간에 대한 고찰과 가부장적 상황에 맞서는 여성의 시각을 서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글쓰기 방식 등을 공들여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특히 한강 작가 작품과 자국 간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일간 라나시온은 '채식주의자'가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됐다는 점을 부각했고, 파히나12는 '희랍어 시간'이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모티브로 했다고 밝혔다.
인포바에의 파트리시아 콜레스니스코브 기자는 201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전에 참석했던 한강과 인터뷰한 사실을 회상하며, "당시 녹음기를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곁들이기도 했다.
같은 매체의 벨렌 마리오네 기자는 '채식주의자'를 읽은 후 한강 작가에게 끈질기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해 성사됐다면서, 지난 1월 보도한 관련 인터뷰 기사를 다시 게재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는 "소설 집필을 하다 막혔을 때 천체물리학 서적을 읽거나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당시 유일하게 읽었던 소설은 보르헤스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비록 보르헤스가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하고 별세했으나, 한강은 자신의 작품('희랍어 시간')에서 보르헤스를 오마주하고 있다는 점을 비중 있게 설명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아리엘(46) 씨는 연합뉴스에 "사실 노벨상 수상 소식 전에는 한강이라는 한국의 작가를 모르고 있었으나,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그의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그가 현재 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고려해 (한국에서) 수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결심도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레콜레타 지역 산타페 서점의 한 직원은 "한강 작품이 재고에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진다"며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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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