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구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구리를 원료로 하는 전선 업계의 실적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구리 가격은 t당 9천507달러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 5월 t당 1만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 8월 8천달러 선으로 급락했다가 지난달 말부터 9천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지난달 26일에는 LME 3개월물 구리선물 가격이 1만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이달 들어 수요 개선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구리 가격이 다소 내려갔지만, 중국의 소비재 수요에 따라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 구리 가격 전망치를 t당 9천∼1만1천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구리 가격 상승세는 전선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리는 전선 제조 원가의 9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로, 구리 가격이 1∼2%만 오르내려도 전선 업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상 전선 업체는 원자재 가격을 판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원가연동형)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즉 원자재인 구리의 가격 상승은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전선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자잿값 상승에 더해 통상 30년으로 여겨지는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도래하고,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선 업계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국내 전선 업계 '빅2'에 해당하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수주 잔고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각각 5조6천216억원, 2조55억원이다. 양사 합산 7조6천27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7% 늘었다.
LS전선은 지난달 글로벌 해저 사업 확대와 데이터센터(IDC) 사업 진출을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6조원 규모인 매출을 2030년 1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대한전선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수주 잔고를 기록한 데 대해 "올해 미국에서만 약 5천200억원의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2000년대 초 북미에 진출한 이후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선 업체들의 잇단 수주는 글로벌 경쟁력·기술력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제외하고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LS전선과 대한전선을 포함해 6곳에 불과하다"며 "중국 기업은 미국과 유럽 전선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고, 대규모 투자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신규 기업의 진입도 어렵기 때문에 확대되는 수요를 감안하면 공급 부족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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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