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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대신 감독 이름 연호…KT의 포스트시즌은 사실상 11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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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쉬운 탈락이었지만, 누구도 '부족했다'고 하지 않았다. KT 위즈의 감동적인 가을이 끝났다.

KT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5차전에서 1대4로 패했다. 4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5차전 끝장 승부까지 끌고갔던 KT는 2승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누구도 KT의 2024시즌을 실패라고 하지 않는다. 올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 선수가 속출하며 최하위권을 맴돌았던 KT다. 6월30일까지만 해도 팀 순위가 10팀 중 9위였다.

그러나 7월부터 기적이 시작됐다. 마운드가 조금씩 안정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팀 승률이 상승했다. 9위에서 불과 한달만에 팀 순위가 4위까지 끌어오르는 등 중위권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5강 다크호스가 바로 KT였다.

물론 마지막까지 쉽지 않았다. KT의 가을야구는 사실상 11경기였다. 실제로 치른 포스트시즌 경기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준플레이오프 5경기 총 7경기였지만, 정규 시즌 막바지부터 사실상 포스트시즌 체제나 다름 없었다.

결정적 계기가 바로 지난달 21~22일 SSG 랜더스와의 맞대결이었다. KT와 SSG는 직접적인 순위 맞대결 상대였다. 5위를 지키다가 밀려났던 SSG와 하위권에서 5위까지 치고올라온 KT의 2연전. 그런데 KT가 SSG에 일격을 당하면서 2경기를 모두 다 내줬고, 5위 자리를 잠시 내주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SSG와의 2연전 패배 이후, KT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후 이어진 롯데와 키움과의 3연전에서 KT는 매 경기 초접전 승부를 펼친 끝에 엄청난 집중력을 앞세워 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기어이 SSG의 5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순위 결정전까지 글고갔다.

SSG와의 순위 결정전은 사실상 포스트시즌 첫 경기나 다름 없었다. 8회초까지 1-3으로 지고있던 KT는 8회말에 터진 멜 로하스 주니어의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가을야구 탈락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팀 KT 전체가 깨어난 마법같은 경기였다.

이후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시행 후 최초로 업셋에 성공한 5위팀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는 실패했지만, KT가 탈락을 확정지은 후에도 '실패'라고 명명할 수는 없었다.

물론 아쉬웠으나 KT 선수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정규시즌 막바지 경기들을 포함해 11경기를 포스트시즌 모드로 치르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후반부로 갈 수록 타자들의 집중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이유다.

탈락 확정 후 잠실구장을 에워싼 KT 팬들은 선수단에게도 충분히 들릴만큼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고, 이강철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다. 비록 KT의 가을 마법은 여기서 멈추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감동으로 남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