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좋은 기억들만 남기고 떠납니다."
선수로서 너무 뛰고 싶은 무대, 포스트시즌. 불과 1년 전까지는 그라운드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뛰는 걸 TV로 본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그리고 그 기간 중 팀을 떠나야 한다는 방출 통보까지 받는다면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KT 위즈 조용호 이야기다. 조용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뛰었다.신데렐라 스토리로 주목을 받았다. 독립구단 출신, 육성선수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고 2019 시즌을 앞두고 외야수가 없는 KT 팀 사정에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가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 미래를 위해 무상으로 KT에 선수를 이적시켰다.
이게 대박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독기를 품고, 몸을 던져 플레이하는 조용호를 중용했다. 컨택트 능력이 탁월했다. 2020 시즌부터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2021년 팀의 통합 우승 주역이 됐다. 2022 시즌에는 정규타석 3할을 돌파했다.
팬서비스도 좋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2 시즌에는 팬퍼스트상을 받기도 했다. KT팬들은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패배 후 선수단 버스 앞에서 선수 한 명, 한 명 응원가를 부르며 진한 여운을 남겼는데 맨 마지막 잊지 않고 조용호의 응원가까지 열창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김민혁이 확고한 좌익수로 자리를 잡았다. 백업을 볼 때도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시즌은 정준영, 홍현빈 등이 그 자리를 채웠다.
KT는 정규시즌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조용호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10일 KT는 방출 명단을 발표했다. 거기에 조용호의 이름도 있었다.
KT의 가을야구가 다 마무리된 후, 조용호와 연락이 닿았다. 조용호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충격적 방출'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무슨 의미일까. 조용호는 "사실 여름에 구단에 말씀을 먼저 드린 적이 있다"고 했다. 팀 내 입지가 점점 좁아짐을 느끼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구단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조용호는 "내가 이전처럼 좋은 결과를 냈으면 이렇게 안됐겠지만, 그 때만큼 못했다. 구단도 방향성이 있다. 내 욕심을 채우자고 버틸 수 없었다. 서로 얼굴 붉히는 그런 방출의 과정이 아니었다. 나도 방출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에 말씀을 드린 후, 구단을 보채면 안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첫 우승에도 크게 공헌했고, 열심히 뛰었는데 하루 아침에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 속상하지는 않았을까. 조용호는 "나도 사람이기에 솔직히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프로라는 곳이 정말 냉정하다고도 느꼈다. 그 당시에는 서운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내가 잘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생각으로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그래도 KT에서 행복했다고 했다. 조용호는 "KT에서 뛰며 우승도 했고, 가정도 꾸렸다. 구단에서도 높은 연봉으로 보상해주셨다. 좋은 기억들로 가득하다. 이강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분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35세.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직 유니폼을 무조건 벗어야 할 나이도 아니다. 컨택트 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조용호는 "일단 다른 구단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주변에서도 더 할 수 있다며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이제 다음달 둘째 아기도 태어난다. 신중히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