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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BIFF 폐막] "대중성 잡았다"vs"취지 어긋나"…제29회 부국제 점령한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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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심상치 않았다.

제29회 BIFF가 11일 열흘 간의 축제를 마치고 유종의 미를 장식한다. 폐막작은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합작 영화 '영혼의 여행'(감독 에릭 쿠)이다.

올해 BIFF는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란'(감독 김상만)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하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BIFF는 역대 최초로 OTT 영화이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개막작 선정 배경에 대해 "'전,란'이 상당히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라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때문에 개막작 선정을 고민한 대목은 없었다. 그저 관객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BIFF는 사회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는 독립영화를 주로 개막작으로 선정해 왔다. 반면 올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참여로, 대중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해 본래 영화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박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2일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작품 선정 이유를 묻자, 그저 "재밌다"라는 짧은 답변만 내놓아 취재진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한 극장 관계자는 "BIFF만이 가진 색을 빼앗긴 느낌을 받았다. 생태계와 콘텐츠 소비방식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재밌다'는 선정 이유는 단순 화제성을 쫓아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의 취향과 BIFF의 개최 의도와도 다르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제29회 BIFF에서 2025년 한국영화 라인업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고, 장르의 다양성은 넓혀 한층 풍성해진 작품들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내년 한국영화 라인업으로는 김병우 감독 '대홍수', 김태준 감독 '84제곱미터', 남궁선 감독 '고백의 역사', 변성현 감독 '굿뉴스', 연상호 감독 '계시록', 이태성 감독 '사마귀', 한지원 감독 '이 별에 필요한' 등 총 7편의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김태원 디렉터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화를 만들 때 가장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건 '어떠한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좋아할 것인가'에 대해서다. 오늘 본 작품이 몇 년 뒤에 봐도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를 넘어 10년 뒤, 100년 뒤에도 시각적, 청각적으로 뒤지지 않는 작품으로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OTT 플랫폼이 점점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BIFF도 자연스럽게 이들과 공생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택한 모양새다. 영화계 관계자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BIFF가 OTT에 의존하는 것은 그동안의 독립영화와 영화인들의 정체성을 잃고, '권위 있는 영화제를 만들자'는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독립예술영화 감독들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 점이 가장 아쉽다"고 밝혔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