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우승 주역, 그리고 1군에서 뛰던 외야수를 왜 동시에 방출했을까.
KT 위즈는 10일 방출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투수 7명과 외야수 4명, 총 11명의 선수가 내년 시즌 KT 유니폼을 입을 수 없게 됐다.
선수단 정리의 시기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 슬프게만 바라볼 수도 없다.
그런데 KT 명단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당장 1군에서 활약이 가능할 걸로 보이는 선수들이 이름이 다수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11명의 선수들 중 가장 의아한 선수가 조용호와 홍현빈이다.
먼저 조용호. 2019 시즌을 앞두고 KT에 합류했다. 다사다난했던 야구 인생, 원소속팀이던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가 선수 미래를 위해 조건 없이 풀어줘 KT에 겨우 이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승 핵심 퍼즐이 됐다. 마침 조용호가 KT에 올 때 이강철 감독이 선임됐다. 이 감독은 조용호의 절실함을 봤다. 그리고 당시 KT는 제대로 된 외야 자원을 몇 년째 키워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로하스에 조용호, 배정대를 붙박이 외야수로 고정시켰다.
독기있는 플레이, 정확한 컨택트 능력으로 테이블 세터 자리를 꿰찬 조용호는 2020 시즌부터 2022 시즌까지 전성기를 보냈다. 2021 시즌에는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됐고, 2022 시즌에는 131경기 531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8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1989년생,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 없었다. 지난 시즌부터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통한의 주루사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이 기회를 줬고, 조용호는 우승으로 보답했다. 하지만 실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 관계는 계속 갈 수 없다. 이 감독도 눈을 질끈 감고 전력 구상에서 그를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조용호 대신 키우려 한 홍현빈, 정준영 등이 부진할 때 잠시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결국 마지막은 방출이었다. 투수 박시영, 하준호도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 감독의 1군 구상에 없을 때, 2군에서 시간을 보내게만 하는 것도 잔인한 일이 될 수 있다.
그 측면에서 홍현빈도 갑작스럽다. 2017년 2차 3라운드로 뽑힌 유망주. 데뷔 시즌부터 당시 김진욱 감독이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며 키워보려 애쓴 선수였다. 매 시즌 기회는 받았지만 수비력에 비해 부족한 타격 때문에 레귤러 멤버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감독이 올시즌 다시 키워보겠다며 시즌 초중반 기회를 줬다.
또 특별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구단들이 이렇게 20대 중반의 1군 경험이 어느정도 있는,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쉽게 방출하지 못한다. 대주자, 대수비로 충분히 활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KT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선수단 개편을 통해 기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고, 분위기 전환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T는 현재 치열한 가을야구 전쟁중이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방출 명단을 발표한 건, 선수들이 하루라도 빨리 새 팀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