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79주년 개인명의 담화…내부 결집·단속 메시지
연회장서 김정은 옆에 주애·최선희…러 대사도 합석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맞아 창당 이념과 정신 계승을 강조하고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이민위천'을 부각하면서 내부 결집과 단속에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일군들은 당의 이념과 정신을 체질화한 공산주의혁명가가 되여야 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담화에서 노동당이 "세계 최장의 사회주의 집권사를 아로새겨왔"다고 자부하면서, 이는 "바로 창당의 이념과 정신에 언제나 충실하고 그것을 대를 이어 꿋꿋이 계승하여 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혁명의 전진과 더불어 세대교체가 계속되여도 당의 골간역량인 우리 일군들이 창당 이념과 정신을 완벽하게 체현한 공산주의혁명가가 될 때 새시대 5대 당건설노선이 철저히 관철되여 우리 당의 면모와 전투적 위력은 백방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간부 혁명화'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창당 이념, 창당 정신의 진수는 인민대중제일주의"라며 "우리 당이 역사적인 당 제8차대회에서 일심단결, 자력갱생과 함께 이민위천의 구호를 더 높이 들고나갈 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고 온 세상에 선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말 발생한 수해 이재민을 평양에서 보호하고,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보건시설, 과학교육 및 생활문화시설, 양공관리시설로 확대한 점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일부 일군들은 당정책을 관철한다고 하면서 도리여 비속화하고 지어 정책적선에서 탈선하여 외곡집행하는것과 같은 심중한 결함들을 발로시키고 있다"고 간부들을 질책했다.
그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축재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투쟁을 계속 강도높이 벌려야 한다"며 "일군들은 자신에게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축재의 사소한 요소라도 생긴다면 그것으로써 당에 손실을 끼치고 자기의 정치적 생명에도 오점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대정치축전으로 성대히 경축하기 위한 준비사업을 지금부터 잘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번 담화는 기관명이나 직책명 없이 '김정은'을 내건 개인 담화 형식으로 노동신문에 실렸다.
김정은 개인 명의 담화는 집권 초기 몇 차례를 제외하곤 매우 드물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김 위원장이 최근 지방발전 정책 추진, 수해복구 등에서 나타난 당 간부와 일군들의 기강해이, 복지부동에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간부 혁명화 및 당간부 양성을 강조하고 형식주의, 요령주의, 보신주의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열린 당 창건 79주년 경축공연과 경축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보도 사진을 보면 중앙간부학교 녹지공원에서 열린 경축연회의 헤드테이블에는 김 위원장의 오른쪽과 왼쪽에 딸 주애와 최선희 외무상이 각각 앉았다.
특히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최 외무상 옆자리에 앉아 최근 밀착하는 북러관계를 과시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김 위원장의 '개인초청손님'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헤드테이블에는 또 실세 조용원 외에 조춘룡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장, 노광철 국방상, 김정식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앉았다.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의 모습은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보도 사진에는 식별되지 않았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대사는 '국가수반의 개인초청손님'으로서 참석했는데 매우 이례적"이라며 "주북 중국대사의 모습이 조선중앙TV 영상에 포착됐는지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사·군수분야 측근과 외무상, 러시아대사가 김정은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것이 눈에 띈다"며 "미사일 등 군수생산에 대한 관심과 함께 러시아와 국방분야 협력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애는 경축공연에 김 위원장의 바로 뒤에 서서 함께 입장했으며 경축공연을 관람하는 주빈석에도 아버지 옆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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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