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의 전지적 기자 시점]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서 백수저로 출연한 에드워드 리 셰프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파이널에서 자신의 한국 이름을 '균'이라고 밝히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까지 그려낸 그에 대한 관심이다.
'이균', 조선시대 왕의 이름 같은 본명이다. 실제로 조선 선조의 본명은 이균이다. 훗날 왕위를 물려받으며 이연으로 개명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2차 세미파이널, '무한 요리 지옥'에서 그는 한 편의 대서사시를 만들어냈다. 두부를 주재료하는 미션에서 요리 하나하나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을 담았고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1라운드에 잣, 아보카도 & 두부 수프 그리고 2, 3라운드 구운 두부와 가리비, 훈제두부와 오리고기를 선보였던 에드워드리는 4라운드에서 두부 블록 고추장 파스타를 내놔 그의 아이디어에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5라운드 '켄터키 프라이드 두부'는 '화룡정점'이라고 할만 했고 6라운드 유자 두부 크렘 브륄레라는 디저트 역시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켰다.
또 한가지 숨겨진 비밀. 1라운드 수프부터 6라운드 크렘 브륄레까지 에드워드리는 완벽한 이탈리안 파인다이닝 코스 요리를 완성해냈다. 1라운드의 포타주(스프), 2라운드의 푸아송(해물요리), 3라운드 비앙드(고기 요리), 4라운드 프리모 피아토(파스타)와 프로마쥬(치즈),5라운드 세콘도 피아토(고기 요리) 그리고 6라운드 돌체(디저트)까지 완벽한 코스를 구성했다. 물론 심사위원들은 요리 하나 하나 심사하기 바빴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는 시작부터 끝까지 한식을 재해석한 요리만을 고집했다. 묵은지를 활용한 샐러드, 참치 비빔밥, 장소스를 활용한 요리와 마지막 떡볶이 디저트까지 전세계인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한식이 그의 손에서 '뚝딱' 탄생했다.
파이널 미션에서는 한 편의 자서전을 써내려갔다. "나는 이균입니다"로 시작한 그의 요리 설명은 "한국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넘치게 주는 바람에 항상 음식이 남아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풍족함과 사랑이 담긴 한국 음식의 특징이란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며 "먹다가 남은 3개의 떡볶이를 디저트로 재해석했다"고 이어졌다. 서투른 글씨로 쓴 편지로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더니 "에드워드 리는 위스키를 마시고 이균은 막걸리를 마십니다"라는 말로 맺었다.
작가를 해도 될 정도라고? 물론 그는 작가로서도 이미 성공을 거둔 셰프다. 뉴욕대 영문학과를 우등 졸업한 에드워드 리는 '스모크 앤 피클스' '버터밀크 그래피티'에 '버번 랜드'까지 3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특히 2019년 '버터밀크 그래피티'로는 요식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 요리책 부문 상을 수상했다.
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셰프라니. '흑백요리사'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에 에드워드 리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