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니, 이것도 못 보면 외야 선심은 왜 두는 것인가.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다른 게 많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심판 운영이다.
정규시즌에는 5명 1개조 심판들이 계속해서 같이 움직이다. 구심을 본 심판이 다음 경기 대기심이 되고, 3루심-1루심-2루심-구심순으로 경기에 투입된다.
포스트시즌은 한 시리즈당 심판 구성이 바뀐다. 그리고 인원수가 더 많다. 좌선심과 우선심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경기, 더 세밀하게 판정하기 위함이다. 외야 파울라인 근처에서 일어나는 상황 하나에 양팀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런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양팀이 5-5로 맞서던 연장 11회말. KT 선두 강백호가 좌익 선상쪽 빗맞은 타구를 쳤다. LG 좌익수 문성주가 공을 잡기 위해 슬라이딩을 해 몸을 던졌다. 잡지 못했다. 그런데 파울이 선언됐다.
이 장면을 본 KT 3루베이스 코치인 최만호 코치가 펄쩍펄쩍 뛰었다. 강백호에게 3루까지 빨리 달려오라, 벤치에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라 사인을 보내느라 바빴다. 코치가 이렇게 자신있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라고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비디오 판독 화면은 충격적이었다. 페어 지역 안에서 문성주의 글러브에 맞고 공이 파울 지역 밖으로 나갔다. 안타였다. 화면을 보면, 낙구 지점이 파울 라인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애매하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페어였다. 문성주의 글러브에 맞고 공이 굴절되는 것도 명확히 보였다. 좌선심이 바로 앞에서 보고 있었다. 크게 가려지는 각도도 아니었다.
멈춰진 화면으로 보면 어떻게 저런 오심을 할 수 있나 싶을 수 있다. 연결 동작으로 보면 슬라이딩을 하는 문성주의 다리에 공이 가려져 헷갈릴 수 있다는 정상 참작을 할 수도 있겠지만,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온 공이 선 안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건 심판이 명확히 봐줘야 했다. 페어 지역에서 땅에 맞았든, 선수 글러브나 몸에 맞았든 페어가 확정될 상황이 발생했으니 공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파울 지역으로 나갔을 것이다.
정규시즌처럼 먼 거리에 있는 3루심이 실수를 했다면 또 모를까, 이런 장면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 투입한 좌선심이 이런 오심을 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다.
일각에서는 비디오 판독이라는 제도가 있으니, 심판들의 책임감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건의 경우는 KT쪽 비디오 판독이 남아있었기에 다행이지, 만약 KT 비디오 판독이 없어 연장 중요한 순간 명백한 안타가 파울이 되고 KT가 패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뻔 했다.
비디오 판독으로 번복이 돼 강백호는 2루타로 인정받았다. 심판진은 주자 재배치로 강백호의 2루 진루를 인정했다. 하지만 여기서 강백와 문성주의 플레이 모두 아쉬웠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 코치는 타구와 상황을 보고있는 강백호에게 3루로 빨리 뛰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강백호는 2루에 멈춰 뛰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으로 상황이 번복될 경우, 심판이 주자 재배치를 할 때 3루까지 가있으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사 3루와 무사 2루는 천지차이. 올시즌 비슷한 사례가 많았고, 그래서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비디오 판독 여부와 관계 없이 끝까지 플레이를 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 측면에서 심판의 파울콜을 보고, 드러누워 공 처리를 하지 않았던 문성주도 아쉬운 거다. 문성주도 심판 판정과 관계 없이 재빨리 일어나 내야로 송구를 하는 게 맞았다. 강백호가 3루까지 열심히 뛰어 심판진이 강백호의 3루타를 인정했다면, 역적이 될 수 있었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