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셰프의 품격이란 이런 것"…에드워드 리, 요리로 '울컥'은 처음→우승 같은 준우승 [고재완의 전지적 기자 시점]

by

[고재완의 전지적 기자 시점] '셰프의 품격이란 이런 것이구나.'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마무리된 후 가장 이슈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준우승을 차지한 셰프 에드워드 리다.

백수저 셰프 20명 중에서도 시작부터 에드워드 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단연 품격이 느껴졌다. '인생을 요리하라' 미션에서 "저는 비빔인간입니다"라는 멘트로 감동을 줬고 생선의 방 팀전에서는 최현석 셰프의 팀에 들어가게 되자 숱한 경력에도 리더의 말을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것은 파이널에 오를 마지막 한 명을 뽑는 '무한 요리 지옥'. 1라운드에 잣, 아보카도 & 두부 수프 그리고 2, 3라운등 구운 두부와 가리비, 훈제두부와 오리고기를 선보였던 에드워드리는 4라운드에서 두부 블록 고추장 파스타를 내놔 그의 아이디어에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5라운드 '켄터키 프라이드 두부'는 '화룡정점'이라고 할만 했다. 집게 뒷부분으로 두부를 자를 때만해도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도 '도대체 뭘 만드려고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가 치킨 스타일의 두부를 만들어냈을 때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6라운드 유자 두부 크렘 브륄레라는 디저트 역시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켰다.

'에드워드 리라는 셰프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요리를 만들어냈구나' '항상 한식에 기반을 두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했구나'하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한 판이었다.

파이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을 건 요리'에서 에드워드리는 자신의 한국 이름 이균으로 미션을 수행했다. 그가 백종원 안성재, 두 심사위원 앞에서 서툰 한국말로 "나는 이균입니다"라고 말할 때 울컥하지 않았던 시청자가 있었을까. 그는 "한국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넘치게 주는 바람에 항상 음식이 남아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풍족함과 사랑이 담긴 한국 음식의 특징이란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며 "먹다가 남은 3개의 떡볶이를 디저트로 재해석했다"라고 말하며 디저트와 미나리 참외 막걸리를 내놨다. 그리고 "에드워드 리는 위스키를 마시고 이균은 막걸리를 마십니다"라는 한마디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설명해냈다.

그는 끝까지 품격이 있었다.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가 자신의 개인 계정에 사과의 말을 전하자 그는 "당신은 이길 자격이 있었다. 앞으로도 절대 자신감을 잃지 마라"라며 "('흑백요리사'는) 경쟁 프로그램이었고, 우리는 모두 이기기 위해 경쟁했던 거다. 전혀 사과할 필요 없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사실 에드워드 리는 다른 셰프들과 달리 꽤 불리한 상황에서 경연에 임했다. 10시간 넘게 비행을 한 후 호텔방에서 묵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 집이나 레스토랑이 있는 다른 참가자들과 다르게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에드워드 리는 한 미국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호텔에서 조리를 할 수 없어 간이용 몇개만 사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방식으로 밖에 연습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게다가 에드워드 리는 '흑백요리사'에 임하며 '지금까지 요리 인생에서 했던 요리는 절대 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것'이라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연 내내 그의 주 종목인 고기 요리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에드워드 리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한국인 부모 아래 태어나 뉴욕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2살에서야 한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9·11테러로 인해 레스토랑 단골들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자 충격을 받고 유럽과 미국에서 방랑생활을 하다 켄터키주 루이빌에 들렀고 '610매그놀리아'라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 주인의 제안을 받고 물려받게 됐다.

2010년 푸드네트워크의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요식업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 후보에도 여러 번 오른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백악관이 개최한 한미 국빈 만찬에 초청돼 음식을 만들었다.

요리로 울컥하는 감동을 느끼게 해준 에드워드 리, 셰프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 그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