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눈물의 다짐, 허언이 아니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의 한국시리즈 등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불펜 투구와 라이브 피칭에 이어 복귀 최종 단계인 실전 점검에 나선다. 한 번 더 OK 사인을 받으면, 네일은 KIA의 V12 운명을 짊어진 채 두 달여 만에 마운드에 복귀하게 된다.
네일은 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2이닝을 소화할 예정. KIA 이범호 감독은 "투구 수 제한 없이 2~3이닝 정도 던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7일 팀 훈련에서 네일은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외야에서 투수조 훈련을 마친 뒤 동료 에릭 라우어와 함께 벤치 앞에서 변화구 구종 잡는 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지난 8월 24일 NC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턱관절을 맞은 네일은 골절상으로 판명돼 긴급수술을 받았다. 부상 당시만 해도 페넌트레이스는 물론 포스트시즌 등판 여부도 알 수 없을 정도였기에 사실상 '시즌아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수술 후 1주일 만에 퇴원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아 훈련을 자청했고, 9월 중순부터 거리별 롱 토스를 거쳐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
재활만 한 게 아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우승 레이스를 달리던 동료들의 응원을 자처했다. 성치 않은 몸으로 홈 경기 깜짝 시구에 나섰고, KIA가 정규시즌 우승을 결정 지은 추석 연휴 원정길에 동행했다. 큰 부상 후 선수, 팬이 모은 쾌유 기원 영상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네일. "반드시 한국시리즈에서 던지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넘어 팀을 향한 애정과 충성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22일과 25일 2차례 불펜 투구에서 합격점을 받은 네일은 지난 4일 타자를 세워두고 던지는 라이브 피칭에 나섰다. 2세트에 걸쳐 총 33개(1세트 18개, 2세트 15개)를 던졌고, 직구를 비롯해 체인지업, 투심, 스위퍼, 커터 등 자신의 구종을 모두 활용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
네일이 실전 투구에서도 합격점을 받으면 7전4선승제 한국시리즈 일정에 맞춰 컨디션을 조율할 전망. KIA는 21~22일 광주에서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치른 뒤, 플레이오프 승리팀 홈에서 24~25일 3, 4차전을 갖는다. 4차전에서 승부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간 광주에서 5~7차전을 통해 승자를 가리게 된다.
KIA의 한국시리즈 선발 로테이션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상대팀이 결정되면 페넌트레이스 상대 전적 및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 동안 컨디션, 실전 투구 결과 등 다양한 부분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26경기에서 12승5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한 네일은 어떤 팀과 싸워도 승리를 기대할 만한 실력을 갖춘 투수. 재활 기간 보여준 투구 컨디션이나 최근까지 일정을 볼 때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등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연습경기와는 다른 한국시리즈의 무게감, 마운드에 섰을 때 부상 당시 트라우마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게 사실.
상무는 올 시즌 퓨처스 남부리그 98경기에서 70승(1무27패)을 기록했다. 남부-북부리그 통틀어 승률 1위(.722)를 기록했다. 이들을 상대로 네일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KIA 안팎의 눈길이 광주로 쏠리고 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