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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베이비 EV9! 기아 EV3..실내는 왜 볼보 EX30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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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실제 주행거리가 500km 이상 쉽게 나오네! 실내는 볼보 소형 SUV EX30 느낌이 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전동화 시대의 소형 SUV는 어떨까. 기아는 지난 7월 소형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 세계적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소형 SUV EV3를 출시했다.


기아 EV3는 지난해 10월 '기아 EV 데이' 행사에서 콘셉트카로 대중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콘셉트카로 등장했지만 중국에서 양산화를 마친 EV5보다 먼저 국내 시장 출시된다는 소식에 당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올해 5월 EV3 사전 공개행사에서 실물을 마주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기아는 기존 공개한 콘셉트카 그대로 양산한 것이다.

기아 EV3는 전장 4300mm, 전폭 1850mm, 전고 1560mm, 휠베이스 2680mm다. 니로 EV와 비교했을 때 실내 공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전장과 휠베이스는 각각 120mm, 40mm 짧다. 현대차그룹의 기존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이 후륜구동 기반인데 비해 EV3는 니로 플랫폼을 개량한 전륜구동이다.

우선 디자인이다. 외관은 기아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적용했다. ‘베이비 EV9’으로 불릴만큼 대담하고 강건한 디자인을 갖췄다. 전면은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눈에 띈다. EV9부터 적용된 실루엣이 한층 진화한 모습이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해 좌우를 가로지르는 수평적인 가니쉬, DRL과 세로로 이어진 헤드램프는 소형 SUV임에도 강인한 인상을 준다.

C필라에 숨겨진 2열 도어

측면의 경우 휠과 아치 후방 부분을 곡면으로 다듬어 공기역학적으로 설계했다. 휀더 부분도 팔각형 모양으로 앞뒤 대칭 구조다. 휀더 선을 아래까지 연결 시켜서 상 하단을 분리하면서 강인하면서 기하학적인 볼륨을 보여준다.2열 도어 손잡이는블랙으로 처리한 C필라에 숨겨져 있다. 옆모습을 깔끔하게 보이게 하는 디테일 요소다.

후면은 리어 글래스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차체 양 끝으로 배치했다. 이와 더불어 견고한 느낌의 C필러가 넓은 어깨 라인으로 이어지면서 당당한 자세를 완성했다. 외관 디자인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베이비 EV9’ 별명 그대로다.

시승차는 EV3 어스 롱레인지 2WD 트림으로 가격은 무려 5510만원이다. 어스 롱레인지 최상위 트림에 드라이브와이즈, HUD, 선루프, 모니터링, 빌트인캠, 하만카돈 프리미엄 스피커,19인치휠을 추가했다.
블루 컬러 시트와 오렌지 스티치가 돋보이는 실내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볼보 EX30에 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테리어 곳곳에 사용한 노란 빛을 내는 오렌지색 스티치와 친환경 블루 내장재를 사용해서다. 특히 시트 스티치와 공조기 방향을 조작하는 팬에 달린 오렌지 스티치는 볼보와 너무 닮았다. 세련된 블루 컬러로 대시보드를 마감한 친환경 소재도 볼보와 너무 비슷하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는 각각 12.3인치인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그 사이를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가 채웠다. EV9에서 보던 것과 같은 구성이다.여기에 12.3인치 윈드실드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달려있다. EV9을 구매한 사람들이 못 마땅해 할 도로 고급사양을 EV3에 그대로 넣은 셈이다.
기아 EV3 GT-line
소프트웨어는 차별화했다. EV3부터 벽돌깨기, 마블 미션, 틀린 그림 찾기 등 총 8종의 게임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스플레이 터치 기반의 비교적 간단한 게임이다.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서 6900원을 내고 아케이드 게임에 가입하면 평생 이용할 수 있다.

센터콘솔에는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이 적용됐다. 실내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이다. 앞뒤로 움직이는 슬라이딩 형태인데 필요할 때 늘리면 된다. 테이블 앞부분에는 오토 홀드, 360도 서라운드 뷰 등 자주 사용하는 버튼 5개를 마련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슬라이딩 테이블을 탑재하면서 밀폐형 콘솔박스를 잃었다. 보기 싫은 잘잘한 물건을 감춰둘 곳이 없어졌다. 슬라이딩 테이블 하단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개방형이다. 건을 담아놓기보다는 핸드백 같은 것을 놓아두는 성격이다.1열의 경우 조수석 레그룸이 꽤 편해졌다. EV3는 부피를 대폭 줄인 공조장치 'THIN HVAC'을 적용하면서 조수석 레그룸을 넉넉하게 확보했다.

2열은 소형차지만 꽤 넉넉하다. 1786cm 기자가 앉았을 때,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에 각각 주먹 한 개씩 들어갔다. 특히 2열 시트 리클라이닝이 놀라운 수준이다. 30도 가깝게 큰 각도로 눕혀진다. 2열에 탑승하고 장거리를 갈 때 꽤 편안하겠다.
기아 EV3의 실내 디자인은 EV9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니로 EV보다 작은 소형차라 그런지 2열 시트는 어느 정도 평탄화가 가능하지만 사실상 차박은 불가능하다. 누우면 트렁크 쪽으로 발이 나온다. 트렁크 용량은 460L로 딱 소형차 수준이다. 시승차에는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옵션을 장착해 트렁크 우측 공간에 우퍼가 탑재돼 용량이 소폭 줄었다.보닛을 열면 작은 프렁크 공간이 보인다. 용량은 25L다. 충전기 케이블이나 신발 정도를 수납하기 알맞은 크기다.

이제 시승에 나설 차례다. 브레이크를 밟고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 달린 변속레버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READY 아이콘이 켜진다.EV3부터 전기차 전용 전원 제어가 적용되면서 'OFF-POWER ON-READY'로 단순화됐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전원 버튼만 누르면 POWER ON이 활성화된다. 정차 상태에서도 배터리 전력을 이용해 공조 및 오디오 등 전기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cc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하며 전기차 정보를 전하는 그래픽 시인성도 좋아졌다.컬럼식 기어를 앞으로 비틀어 D에 두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조용하게 가속이 시작된다.전륜구동 특유의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가속은 부드럽게 진행된다.

EV3의 진가는 고속 주행과 코너링에서 나타난다. EV3는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28.8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전륜에 탑재했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속도는 금세 150km/h를 넘어선다.

고속에서도 정숙성은 상당한 수준이다. 노면 소음 차단이 대단하다. EV3는 사이드 실 언더커버를 비롯해 총 8종의 언더커버 부품을 장착해 커버링 면적을 79.1%까지 늘렸다. 공기저항 계수 향상뿐 아니라, 노면 소음도 일부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

차체 바닥에 깔린 무거운 배터리는 고속 안정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부드럽지만 결코 고속에서 불안하지 않다. 꽉 쪼여진 하체가 고속에서 안정감을 더한다.주행보조는 HDA2다. 스티어링 휠에 정전식 센서를 탑재해 보다 편안한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답게 회생제동을 적극 사용한다. 좌측 패들 쉬프트를 1초 이상 당기면 아이 페달 3.0, 우측 패들 쉬프트를 1초 이상 당기면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이 활성화된다.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은 내비게이션 기반 정보를 활용해 과속 카메라, 좌우회전, 커브길, 속도제한, 방지턱, 회전교차로 등 여러 상황에서 자동으로 감속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을 줄여준다는 게 핵심이다. 고속도로에서도 커브길을 만나면 자동으로 회생제동이 활성화돼 안전한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간다. 다만 회생제동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운전자나 2열 탑승자라면 금세 멀미를 할 수 있겠다.
기아 EV3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
200km 정도를 주행했다. 주로 시내에서 시속 80km 내외, 고속은 110km를 유지했더니 전비6.2km/kWh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 전비 5.1km/kWh(19인치 기준)를 한참 상회했다. 고속 주행을 삼간데다 전기차에 있어 가장 유리한 가을 날씨 덕분인 듯 하다.

롱레인지는 81.4kWh 용량의 NCM 배터리 팩을 탑재한다. 80% 충전상태인데 출발할 때 주행 가능 거리는 430km가 나왔다.19인치 휠을 장착한 EV3도 한겨울을 제외한다면 실제 주행에서 500km 이상의 1회 충전 항속 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V3는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전기차 가운데 가장 효율성이 좋은 차량이다. 여기에 OTT 및 오디오 스트리밍 지원은 물론 아케이드 게임 기능을 더해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배터리 전력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V2L도 갖췄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가속 및 정숙성, 고속 안정성과 부드러운 ·승차감은 소형차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려놨다. 전기차 캐즘과 화재라는 악조건 속에서 EV3의 상품성은 가격을 제외하면 최정상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한 줄 평
장 점: 소형차를뛰어넘는승차감과 고속 안정성..귀여운 인테리어는 덤
단 점: 이런저런 옵션에 ‘볼보’스런 인테리어를 보려면 그랜저 가격에 육박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