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네요."
KT 위즈와 LG 트윈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6일 잠실구장. 경기 전 3루측 KT 불펜에서 베테랑 우규민이 투구 모션을 취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키움 히어로즈전 한 타자를 상대하고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된 후 SSG 랜더스와의 타이브레이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 이어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던지지 못했다.
한국 나이로 40세. 세월이 많이 흘렀다. 단기전, 중요한 경기에서는 구위로 윽박지르는 불펜들을 우선 기용한다. 기교파인 우규민이 계속되는 타이트한 경기에서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떻게 나갈지 모르니 치열하게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우규민은 "저 언제 나가나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목이 완전히 쉬어있었다.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 정도였다. 왜 목이 쉬었나. 경기에 나가지는 못해도,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위해 쉬지 않고 '파이팅'을 외쳐서였다. 나이 마흔이 된 선수가 앞장서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니,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아질 수밖에. KT는 올 정규시즌 막판부터 내일이 없는 총력전을 펼치며 사실상의 가을야구에 일찌감치 들어갔는데, 선수들이 똘똘 뭉쳐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강철 감독도 "팀 KT가 돼 싸우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올시즌 사실상 코치 역할을 수행중인 박경수와 친구 우규민이 더그아웃 분위기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규민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봤다. 파이팅밖에 없더라. 신인 때보다 더 열심히, 쉬지 않고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상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그런데 이제 파이팅은 조금 줄이고, 경기 준비에 더 집중해야 할 듯. 우규민은 경기 흐름이 LG쪽으로 넘어간 2차전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냉정하게 말하면 패전 처리 역할이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다. KT가 패했지만 의미가 있었다. 이 감독은 "점수차가 있을 때는 우규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제구가 좋은 투수다. 이닝을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더라도, 잘 져야 다음 경기 충격이 덜해진다. 수비 시간을 최대한 줄여 야수들의 체력을 세이브해주고, 실점을 최소화해 상대 타선 기세를 올려주지 않는 역할을 우규민이 한 것이다.
이 감독은 "2차전은 패했지만 우규민, 천성호 등의 활약이 소득이었다. 특히 우규민이 잘 던져줘 불펜진에 힘이 될 것 같다. 중간 불펜 기용이 애매했는데, 우규민 카드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며 남은 시리즈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제 홈 수원으로 돌아가 준플레이오프 3, 4차전을 치르는 KT와 우규민. '팀 KT'를 더 높은 무대로 올려놓을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