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3차전 쿠에바스인줄 알았는데…."
KT 위즈는 예상을 깨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의 등판 순서를 바꿨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엔 쿠에바스가 1차전, 벤자민은 2차전에 나왔는데 준PO에선 벤자민이 3차전, 쿠에바스가 4차전에 나오는 것.
KT 이강철 감독은 둘의 자리 바꿈은 시리즈 로테이션을 짤 때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준PO 2차전에 앞서 벤자민을 3차전 선발로 미리 예고하면서 "3차전 선발로 벤자민을 처음부터 생각했었다. 쿠에바스가 와일드카드전서 103개를 던져 휴식을 좀 더 주는 차원도 있다"며 "더 올라간다면 벤자민이 삼성전에도 좋아(2경기 1패, 평균자책점 1.74) 그것까지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2차전이 끝난 뒤 만난 LG 염경엽 감독에게 벤자민의 3차전 등판을 예상했냐는 질문을 하자 염 감독은 "3차전에 쿠에바스인줄 알았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KT가 허를 찔렀다라고 볼 수 있는 대목.
LG에게 쿠에바스와 벤자민의 차이는 크다. 벤자민은 'LG 킬러'라고 불릴 정도로 LG전에 잘던지는데 쿠에바스는 그 정반대로 LG에게 엄청나게 약하기 때문이다.
벤자민은 지난해 LG전에 5경기에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했고, 올해는 4경기서 1승1패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은 1.93으로 여전히 좋은 피칭을 했다. 2년간 LG전 9경기서 5승1패 평균자책점 1.29.
반면 쿠에바스는 LG만 만나면 두들겨 맞는다. 지난해 3경기서 승패는 없었지만 모두 조기강판되며 11이닝 동안 21안타에 14실점을 해 평균자책점이 무려 11.45로 엄청나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LG전에 1경기만 등판했는데 이마저도 좋지 않았다. 6월 8일 수원 경기서 5이닝 동안 8안타(1홈런) 7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었다.
KT로선 LG전에 잘던지는 벤자민으로 3차전을 승리한 뒤 6일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쿠에바스가 힘있는 피칭으로 호투를 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은 3차전 벤자민 등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 염 감독은 "중요한 것은 우리가 벤자민을 이번 시리즈에서 한번만 만난다는 것이다. 3차전이냐 4차전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린 5차전까지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오히려 3차전에서 벤자민을 잡고 승리한다면 LG가 훨씬 유리한 국면을 잡을 수 있다. LG 타자들이 자신있는 쿠에바스를 상대로 4차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
지난해 벤자민에게 부진했던 타자들이 올해는 그래도 공략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박동원이 11타수 3안타(타율 0.273)로 가장 잘 친 타자였고 나머지는 모두 1할대의 성적을 올렸다. 문성주는 7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문보경이 9타수 4안타로 타율 4할4푼4리를 기록했고, 오스틴이 11타수 4안타로 3할6푼4리, 박동원이 9타수3안타, 문성주가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홍창기는 8타수 2안타에 그쳤지만 볼넷 3개를 골라 11타석에서 5번의 출루를 했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