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갓 입단한 '국대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낸 페예노르트 전설 중의 전설이 데뷔골을 넣은 황인범에게 극찬을 쏟아냈다.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미드필더이자 페예노르트 전설이기도 한 빌럼 판 하네험(80)은 7일 트벤테전에서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데뷔골을 넣은 황인범이 이날 유일하게 빛난 선수라고 평했다.
그는 "나는 (페예노르트 선수 중)황인범을 가장 좋아한다. 그가 오늘 약한 발로 골을 넣은 건, 앞으로 팀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게 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판 하네험은 한국으로 따지면 차범근 허정무와 같은 전설들의 전설로 여겨진다. 1960~80년대 요안 크루이프와 함께 네덜란드 국가대표 일원으로 1974년 서독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서독과의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선발 출전했다. 패스 능력과 센스, 수비력을 겸비했던 판 하네험은 A매치 52경기(6골)를 뛰었다. 1971년 크루이프를 제치고 네덜란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게감이 다르다.
판 하네험은 지난달 5일 황인범이 활약한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1차전을 시청했다면서 "황인범이 (어떤 선수인지)궁금하다면 직접 플레이를 살펴보라. 대단히 좋은 선수란 걸 알 수 있다. 페예노르트가 정말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고 말한 바 있다. 황인범은 전설의 기대대로 빠르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황인범은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43분 상대 페널티에어리어 외곽 아크 왼쪽 대각선 지점에서 골문 우측 하단을 가르는 왼발 중거리 슛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지난해 여름 츠르베나즈베즈다에서 이적료 800만유로에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은 황인범은 에레데비시 3경기, 유럽챔피언스리그 2경기 등 5경기만에 데뷔골을 쐈다.
페예노르트 구단 9월 이달의 선수로 뽑힌 황인범은 구단이 왜 100억원을 넘게 투자했는지 연일 실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지난 2일 지로나 원정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2차전에선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지로나전 승리는 황인범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거둔 첫번째 승리여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팀 동료인 수비수 다비드 한츠코는 황인범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개인 SNS 게시글에 찾아와 'Boooem'이라는 새로운 별명과 왕관 이모티콘을 댓글로 달았다. 영단어 'Boom'과 황인범의 'Beom'의 합성어다.
같은 팀 풀백 조르단 로톰바는 "크랙", 풀백 우고 부에노는 "마에스트로"라고 칭했다. 황인범이 팀 동료에게 얼마나 인정을 받는지 엿볼 수 있다.
황인범의 골로 2골차로 달아난 페예노르트는 후반 34분 셈 슈테인에게 추격골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 없이 2대1로 승리했다.
개막 후 리그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를 질주한 페예노르트는 승점 13점으로 6위로 올라섰다.
페예노르트의 일본 스트라이커 우에다 아야세는 전반 28분 헤더로 귀중한 선제골을 넣으며 팀 승리에 기여했지만, 판 하네험은 황인범과 달리 우에다에겐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판 하네험은 "공격 선봉이 그토록 끔찍한 모습을 보이는 경기에서 승리한 건 좋은 일"이라며 "우에다는 미스터리다. 아름다운 헤더 말고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남은 시즌 동안 더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판 하네험은 페예노르트의 승리에도 팀의 플레이스타일을 '머리 없는 닭'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했다. "수비수를 향해 마구 달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를 조정하려고 하는 선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기세를 탄 황인범은 10일 요르단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차전 준비를 위해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