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LG 킬러.
특정팀을 상대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킬러'라는 별명이 붙는다.
최근 이 '킬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KT 위즈 외국인 투수 벤자민이다. LG만 만나면 신난다.
지난 시즌 LG전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 극강의 모습이었다. 운이 아니었다. 올시즌도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1.93을 찍었다. LG는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한 강팀. 하위팀도 아니고 왜 LG만 만나면 강해질까. LG는 주전 라인업에 홍창기, 신민재, 문보경, 오지환, 김현수, 박해민, 문성주 등 좌타자들이 유독 많다. 이들과의 상성 측면에서 벤자민이 유리한 점이 분명 있다고 봐야 한다. 벤자민의 투구 궤적과 LG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 유독 안맞을 수 있다. 또, 계속되는 좋은 결과에 벤자민은 자신감이 붙고, LG는 위축될 수 있다.
그래서 이강철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벤자민을 선택한 것이다. LG의 허를 찌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로테이션 순서대로라면 쿠에바스-벤자민 순이다. 하지만 이 순서를 바꿨다. 이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00개 넘게 던진 쿠에바스에 휴식을 더주는 것과,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시 삼성 라이온즈전 로테이션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요한 3차전 기싸움에서 LG를 누르겠다는 의도다. LG가 벤자민을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이 감독이 벤자민을 선택한 건 2차전이 벌어지기 전이었다. 2차전을 잡으면 3차전에서 끝내버리겠다는, 2차전을 패하면 더 중요해질 3차전 필승 카드가 되는 것이었다. KT는 2차전을 패했고, 3차전 사실상의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1-1 상황서 3차전을 이긴팀이 100% 플레이오프에 올라갔다.
물론 벤자민에게 LG가 늘 환희만 안겨준 건 아니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아픔이 벤자민에게는 있다. 그 때도 3차전이었고 수원이었다. 1-1 상황도 똑같았다. 벤자민은 경기 초반 LG 오스틴에 통한의 스리런포를 맞는 등 5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아주 못던졌다고 할 수 없는 기록이었지만 다른 경기에 비해 실점이 많았고, 경기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다 KT가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시리즈 분위기가 LG쪽으로 넘어가버렸다.
때문에 벤자민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아픔을 날리기 위해 더욱 이를 갈고 3차전에 나설 듯. 벤자민은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MVP가 된 후 "다음 상대가 LG라 좋은가"라는 질문에 웃으며 "LG전 등판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는 모범생 같은,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과연 벤자민이 이 중요한 경기에서도 'LG 킬러'로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의 투구에 양팀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