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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의지·반등 전술·게임 체인저' 無無無…인천, 잔류 DNA만 믿다간 강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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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특정팀이 강등에서 탈출하기 위한 요건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위기 상황에서 스쿼드에 변화를 줄 카드가 있나. 둘째, 감독의 지도적 역량(연륜)이 반전을 이끌 정도로 출중한가. 셋째, 위기 상황에서 결과를 바꿔줄 에이스를 보유했나. 넷째, 상대를 압도하거나 대등할 정도의 에너지 레벨(투쟁심)을 유지하는가. 강등 사투를 벌이는 팀 중 이 요건에 최대한 많이 부합하는 팀은 그만큼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제 이 요건을 '하나은행 K리그1 2024' 정규리그를 최하위로 끝마친 인천에 대입하기에 앞서 현재 강등권 상황을 살펴보자. 인천은 지난 6일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K리그1 33라운드 홈경기에서 1대3으로 패했다. 4경기 연속 무승 늪에 빠진 인천은 승점 32점에 머물며 승강 플레이오프권인 10위 전북(37점), 11위 대전(35점)과 각각 5점, 3점차가 난 상태로 파이널라운드를 맞이한다. 잔류 마지노선인 9위 대구(38점)와는 6점차다. 남은 5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얼마든지 뒤바뀔 여지가 있지만, 냉정히 현 상황만 놓고 보자면 인천이 다이렉트 강등권인 12위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단순히 승점만으로 계산했을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위에 언급한 네 가지 '잔류 요건'을 대입해보면 그런 결말을 조심스레 예상해볼 수 있다. 인천은 '위기 상황에서 결과를 바꿔줄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장기 부상을 털고 돌아온 제르소가 감독 교체에 따른 전술 변화 때문인지, 부상 여파 때문인지, 예전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수준높은 결정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제르소가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지 못하면서 덩달아 무고사의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스쿼드에 변화를 줄 카드'도 마땅치 않다. 스트라이커 천성훈은 여름 이적시장에 잔류 라이벌 대전하나로 이적했고, 시즌 초반 반짝 빛났던 청소년 대표 출신 공격수 박승호는 1군과 2군을 오가고 있다. 전천후 홍시후는 강원전을 통해 시즌 마수걸이 골을 넣었다. 이론상으론 완벽한 신진호 이명주 중원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체 카드도 마련되어있지 않다. 인천이 여름에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은 것과 달리, 전북과 대전은 역대급 폭풍 영입으로 '스쿼드에 변화를 줄 카드'를 여러장 마련했다. 상황에 맞춰 다양한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대구는 '위기 상황에서 결과를 바꿔줄' 세징야를 보유했다. 세징야는 지난 8월 김천전부터 지난 6일 전북전까지 7경기에서 6골2도움을 폭발했다. 대구는 최근 4경기에서 세징야의 연속골에 힘입어 2승2무 무패를 질주하며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반전을 이끌 정도의 감독의 지도적 역량'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8월초 공석인 인천 지휘봉을 잡은 최영근 감독은 포백 중심의 공격 축구를 천명했다. 한데 인천은 최 감독 부임 후 경기당 평균 약 0.67골에 그치는 등 공격 축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선 유효슈팅이 도합 3개에 그칠 정도로 상대 진영에서 찬스를 만드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천 선수들이 몸에 맞지 않은 옷(전술)을 입은 것처럼 느껴진다. 전임 조성환 감독 시절 스리백을 쓰던 팀이 포백으로 탈바꿈하려면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필요한데, 8월초에 새 사령탑을 선임한 건 구단의 판단 미스'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는 4월, 전북은 5월, 대전은 6월에 각각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하나같이 우여곡절을 겪은 뒤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반면 인천은 조성환 감독이 사퇴한 뒤 한 달가량을 허비했다. 올 시즌 내내 기대를 밑돈 8위 제주(41점)는 베테랑 김학범 감독의 연륜으로 큰 위기를 넘겼다. 7위 광주(43점)는 이정효 감독의 전술적 역량으로 잔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최근 5경기에서 김천, 광주, 대전을 꺾으며 잔류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인천은 또 강등권에 있는 팀 특유의 '에너지', 투쟁심, 집중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32라운드 포항전에선 후반 37분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줘 0대1로 패했고, 33라운드 강원전에선 1-1 팽팽하던 후반 40분 이후 내리 2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추가시간 1분, 이기혁의 짧은 코너킥 시도로 시작된 공격 상황에서 이상헌에게 쐐기골을 헌납한 장면에서 인천 선수들의 집중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선 '그래도 잔류 DNA가 있는 인천이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할지 모른다. 실제로 인천은 정규리그를 최하위로 마친 2018년과 2020년,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유일하게 강등되지 않은 시도민구단'의 타이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8인천'과 2020인천'은 구단의 지원, 뚜렷한 전술 컨셉, 확고한 스피릿, 그리고 투쟁심이 있었기에 잔류할 수 있었단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강등권 경쟁을 해본 한 지도자는 "다득점까지 따질 때, 인천이 다이렉트 잔류를 바라는 건 무리다. 다른 팀은 볼 것 없이, 오직 한 팀, 바로 위에 있는 대전을 어떻게든 끌어내려야 할 것 같다. 파이널라운드에서 대전전이 인천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