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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E 용인 개최' 다급했던 광주FC→'제3 피해자' 수원 삼성, 이 모든 것은 결국 '잔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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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결국 '잔디' 때문이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는 22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을 치른다.

당초 이 경기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제동을 걸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AFC가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봐 다른 경기장을 써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광주는 지난달 17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 격돌했다. 당시 잔디 상태가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존 허친슨 요코하마 감독대행은 "잔디에 문제가 있었다. AFC가 선택한 것이지만,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따지기보단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AFC가 칼을 빼들었다. 결국 광주는 300여㎞ 떨어진 경기도 용인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유가 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AFC에서 경기장 변경 공문을 받은 뒤 대안을 찾아봤다. 하지만 일단 전라도 내에선 가능한 구장은 없었다. K리그1 팀은 파이널 라운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K리그2 팀들은 이미 정해진 일정이 있었다. 대안이 많지 않았다. 구단은 AFC에 광주월드컵경기장 잔디 보식 등에 대한 관련 내용도 제출했다. 하지만 AFC에서 광주월드컵경기장은 일찌감치 제외한 상태였다. 결국 용인으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현 상황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선수 보기도 안쓰럽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감독이 책임을 진다. 잔디나 경기장 환경이 좋지 않으면 관리 주체가 책임을 진다. 시민구단은 4년 주기로 바뀐다. 그럼 또 바뀌고 나서 얼렁뚱땅, 잠시 그때만 모면하고자 한다. '올해 잘하면 내년 바꿔줄게'라고 한다. 먼저 해준 뒤에 감독에게 책임을 물으면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제3 피해자'가 발생했다. 수원 삼성이다. 수원은 현재 용인미르스타디움을 임시 홈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원은 지난 2001년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 지반 노후화에 따른 교체 공사 때문에 불가피하게 용인으로 이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은 광주에 홈구장을 내주게 됐다. 물론 수원은 경기장 대여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갖고있지 않다. 하지만 엄연히 현재 K리그 경기를 치르고 있는 팀이다. 경기장 대여 과정에서 확실히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다는 평가다. 구단 사이의 절차적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수원 관계자는 "(광주의 ACLE 용인 개최) 확정된 것을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한국 축구는 잔디 때문에 '혼돈'에 빠졌다. 잔디는 단순히 경기력에만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안전, 즉 부상 위험과도 직결된다. 선수들이 꾸준히 잔디 개선을 요청하는 이유다. K리그 사령탑들도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아쉽다. 관중들이 퀄리티 있는 경기를 봐야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쉬운 실수, 패스 실수가 나오면 선수들도 짜증이 난다. 관중들도 '프로 선수가 왜 저런 것도 하지 못하나' 생각할 수 있다. 경기장 때문에 질 좋은 축구를 보이지 못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도 "우리도 훈련장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 K리그가 많이 좋아졌다. 레벨, 퀄리티도 상당히 높아졌다. 거기에 걸맞은 제반적인 여건이 돼야 선수들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환경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공을 많이 들여야 선수들이 더 좋은 플레이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아쉬운 부분 중 하나"라고 했다.

K리그는 급기야 잔디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