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랠리와 부동산가격 상승'에 소비 늘린 미국인들과 대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인들의 견조한 소비 흐름이 미 경제 회복의 한 축이 되고 있는 것과 달리 유럽인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액을 늘리고 있어 역내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의 4일 발표를 인용해 2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가계 저축률이 최근 3년 중 최고인 15.7%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2010∼2019년) 평균인 12.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2분기 영국의 가계 저축률 역시 10%로 2010∼2019년 평균인 7.5%를 상회했다.
반면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의 경우 2분기 개인 저축률이 5.2%로 2010∼2019년 평균치 6.1%를 밑돌았다.
코로나19 당시 경제적 불확실성과 봉쇄 확대 여파로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저축률이 급증했지만, 이후 미국인들이 다시 소비를 늘린 것과 달리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전 등의 여파 속에 경제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배경하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신 추계를 보면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2.6% 증가해 유로존(+0.7%)과 영국(+1.1%)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9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4천명 증가해 시장 예상을 크게 넘어서면서 미국의 고용시장과 경제 상황이 우려만큼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미국의 낮은 저축률에 대해 "미국 성장의 핵심 동력인 소비 증진에 도움이 됐다. 이는 미국 경제가 유럽보다 더 빨리 성장한 핵심 이유"라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증시 랠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 덕분에 미국 가계의 자산이 증가한 반면, 유럽의 경우 미국만큼 주식 투자가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작았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금리 차이도 소비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했다. 미국 주택 소유자들은 저금리 당시 받은 15년이나 3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반면 유럽인들은 모기지 만기가 짧아 신규 주택 구매 시 이자 지급 부담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저축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사이먼 맥애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봉쇄 당시 유럽 가계의 자산 증가분은 사라져버렸다면서, 유럽 가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주거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저축률이 증가하는 측면도 있다고 봤다.
롬바드오디에의 사미 차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주요국 독일의 경제 부진 때문에 유럽인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많은 것들이 유럽인들에게 좋지 않은 식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유럽은 미국보다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동 확전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국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에 가까운 상태지만 투자자들이 안전띠를 풀 때는 아니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확대될 경우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미국의 고용시장이 계속 강세를 보여도 인플레이션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10일과 11일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9월분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향후 나올 경제 지표에 따라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기준금리 인하 경로가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bsch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