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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째 꿈쩍 않는 전공의…의사추계위·협의체 참여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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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7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에서 합의점을 찾기 위한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이 번번이 모든 제안을 물리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일단 조건 없이 만나서 의견을 나누자고 거듭 요청했지만, 전공의들은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 백지화' 등 확실한 조건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부 사과에도 전공의들 "신뢰 깨져"…협의체 참여 "진지하게 생각안해"
전공의 집단 이탈로 발생한 의료공백이 7개월 넘게 이어지자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이제는 갈등을 해소할 때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이제는 의정 간의 갈등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이번 의정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공의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여야의정 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며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의사 인력) 수급 추계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만큼 의료계도 적극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전공의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수도권 수련병원 신경과 전공의였다가 사직한 A씨는 "정부가 추계기구를 만들고 위원 과반을 의사로 구성한다고 했지만, 말을 바꾸면 그만"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A씨는 "2020년 의정합의서에도 의대 정원을 늘릴 때 의사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무시하고 정부 마음대로 하지 않았느냐"며 "위원회가 구성돼도 식물위원회 취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였던 B씨는 "적어도 내 주변 전공의 중에 추계기구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생 휴학계를 승인한 서울의대를 전방위로 털겠다는 식으로 나온 것을 보면 조규홍 장관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고, 국정감사에서 여론전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C씨도 "여야의정협의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부와 정치권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게 전공의들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 장관의 사과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의대 증원을 졸속으로 추진한 것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전공의들을 떠돌게 해서 미안하다는 수준의 발언이라 사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공의들, 의사 중 가장 강경…"의대 증원, 입장 변화 없다"
현재의 의료공백이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촉발된 만큼, 의정 갈등을 해결하려면 전공의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정부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직 전공의 C씨는 "정부가 뭐라도 이루려면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것을 듣고 실제로 행동에 옮겨 결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저 협의체에 들어오면 다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득하려 한다면 어림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된 후 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욱 깊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B씨는 "'블랙리스트' 작성 전공의가 구속된 후 젊은 의사들은 이제 우리가 피해자가 되기 시작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정부가 '블랙리스트'라는 명분을 이용해 전공의들에게 겁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반발심과 악감정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님들은 '블랙리스트'는 의료계도 비난할만한 일이라며 뒷짐 지고 있지만, 그러한 태도는 의정 사태를 정치적으로 풀고 싶어 하는 전공의들의 의도에 굉장히 반한다"며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교수들과 전공의들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도 "'블랙리스트' 작성 전공의가 증거인멸을 할 것도 아니고 도주할 것도 아닌데 구속까지 하는 건 정치적 쇼"라고 말했다.
수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공의들은 내년도를 포함한 의대 입학 정원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 없다. 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정상적인 의학 교육 역시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전공의들은 전문의의 꿈을 포기한 채 동네의원에 의사로 취업하거나 과외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복지부 '사직전공의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사직 레지던트 9천16명 중 3천114명(34.5%)은 의료기관에 취업했고, 취업자 중 1천719명(55.2%)은 의원에서 일하고 있다.
dind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