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살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원하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따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천 강화도에서 섬 여행자를 위한 숙박시설과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협동조합 청풍의 나서경(22) 대표는 3년째 이어가고 있는 자신의 '섬살이'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바람'이라는 뜻의 청풍은 강화도 토박이와 타지역 출신 청년 5명이 의기투합해 2013년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처음에는 강화풍물시장에서 지역 특산물인 밴댕이를 토핑으로 올린 화덕피자를 구워 팔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 지원사업을 발판으로 장사가 자리를 잡아가자 청년들은 주변 상인·주민들과 협력하며 민박과 기념품 가게, 섬마을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코로나19 여파로 피자 가게는 2020년 문을 닫고 협동조합 설립 이후 10여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청풍을 떠난 조합원도 있었지만 명맥이 끊기진 않았다.
현재는 원년 멤버 1명을 포함해 4명의 조합원이 청풍을 꾸려가고 있다.
청풍의 사업들은 강화도의 음식점·카페·공방·장인·학교·주민 등 지역 커뮤니티와의 상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단순히 잠자리만 제공하는 민박이 아니라 다양한 섬 체험 활동을 결합한 '잠시섬'은 여행자들이 잠시 일상을 멈추고 강화도에 머물며 자신과 섬마을을 탐색해보는 프로그램이다.
2박부터 5박까지 숙박 기간에 방문객들은 서해 낙조가 아름다운 숨은 명소, 작지만 알찬 동네 가게 등을 산책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청풍의 기념품 가게 '진달래섬'에서는 강화도의 아름다움을 담은 상품과 콘텐츠물을 판매한다.
매장 진열대에는 왕골로 짠 돗자리 화문석과 면직물 소창 등 강화도 특산품들이 가득하다.
청풍은 동네의 작은 상점과 공방, 주민들이 함께 강화도의 자원과 이야기를 발굴하고 섬 안의 특색있는 물품들을 상품으로 제작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인천 출신인 나 대표 역시 강화도에서 고교 과정 대안학교를 다니던 시절 청풍 조합원들이 마련한 지역 청소년 교류행사에 참여한 게 청풍 합류의 계기가 됐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서울 강남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반년간 일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며 "섬 주민들과 소통하며 새 체험 코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지금의 일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청풍의 '잠시섬'은 각박한 생활에 지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천명이 넘는 여행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강화도를 다녀갔고 재방문율도 60%에 달한다는 게 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청풍은 지역의 전통과 특산품 등 다채로운 자원을 새로운 관점의 콘텐츠로 풀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소비 일변도인 도시의 커뮤니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풍은 강화도를 기반으로 진행한 다양한 시도와 활동을 '강화 유니버스'로 명명해 2021년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청년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방송통신대에서 관광학을 공부 중인 나 대표는 "도시에서는 경쟁자를 제치고 높은 자리에 올라야 성공한 느낌이 들지만,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처음 만난 외지인도 환대해주고 기꺼이 손을 내밀어 협력하는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협동조합 청풍이 추구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 힘을 합쳐 사회적 자산을 키워 나가는 것"이라며 "이런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보면 국내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도 진출해 같은 시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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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