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류성희 미술감독이 여성 미술감독으로서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이야기했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에 영화 산업에서는 여성들의 성공이 우연으로 여겨졌다"며 "이런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류 미술감독은 직업의 장점에 대해 "남녀 성별이 떠나서 정년이 길다는 거다. 전 특별한 천재도 아니고, 이 일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 느린 편이다. TV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 머리가 하얗게 세신 분들이 미술상을 받으시지 않나. 그걸 보면서 '저렇게 천천히 열심히 하다 보면 괜찮은 예술가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그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기대도 있다"며 "여성 영화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본인이 준비한 것에 박차를 가하다 보면 나중에 탁월함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다 보면 편견은 어느새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 이 산업에서는 여성들의 성공이 우연이라고 여겨졌었다. 그전에도 여러 여성 감독들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성공을 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도 저의 성공이 우연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모든 종류의 장르 영화를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10년 지나서 한 영화가 '만추'였다. 그전엔 '괴물'도 하고, 거의 누아르 스릴러 장르의 영화만 해서 산업적 인식을 돌파해야 했다"고 말했다.
류 미술감독은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가씨'로 제37회 청룡영화상, 제25회 부일영화상 등 국내 영화시상식에서 미술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같은 해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 한국 영화 미술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에 그는 "상 받을 때마다 쑥스럽다.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 상을 받으면 괜찮은데,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지 않나. 저 역시 팀원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제가 잘한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누군가 저를 소개할 때 '여성' 미술감독이 아니라, 그냥 미술감독이라고 부르는 거다. 그동안 그걸 위해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샤넬은 올해 새롭게 제정한 까멜리아상 첫 수상자로 류성희 미술감독을 선정했다. 까멜리아상은 다양한 영화 작업들 속에서 여성의 지위를 드높인 저명한 영화 제작자 및 업계 종사자 등에게 수여된다. 부산의 시화이자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가장 좋아했던 꽃인 동백꽃의 의미를 담아 까멜리아상으로 제정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