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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사회([OK!제보] 규정도 없이 '군 복무자 NO!'…'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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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규정도 없이 '군 복무자 NO!'…'헌법도 무시한' 명문대 로스쿨
서강대, 군 복무자 입학 거절했다가 번복 해프닝
헌법 제39조 '병역 의무로 인한 불이익 금지' 명시
교육부 "입학 전형 최종 판단은 학교 재량"


(서울=연합뉴스) 장종우 인턴기자 = 서강대가 공중보건의사(공보의)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원을 군 복무자란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나 이후 모집 요강에 관련 규정이 없던 것이 드러나자 결정을 번복해 지원자가 큰 불편을 겪었다.
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보의로 복무 중인 A씨는 지난 9월 24일 서강대 로스쿨에 지원했지만, 서강대로부터 접수를 거절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병역법 및 기타 사유'로 입학 전에 전역해야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서강대에서 공개한 모집 요강엔 군 복무자와 관련된 규정은 없었다. A씨가 이러한 사실을 꼬집자 서강대 관계자는 "모집 요강에 없는 사안은 내부 규정을 따른다"며 "지원 기간이 남았으니 다른 학교에 지원하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A씨는 "모집 요강에 명시하지 않은 규정으로 지원을 거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로스쿨은 가·나군에 나눠 한 곳씩 지원할 수 있고, 올해 지원 기간은 9월 23일부터 27일이었다. A씨는 자기소개서 등 지원할 학교의 특성에 맞게 준비해야 하는 로스쿨 입시 특성상 남은 기간에 다른 학교에 지원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나군 모두 서강대를 지원한 상태라 대안이 없었다.
지원을 거절당한다면 A씨는 금전적인 손해도 감수해야 했다. A씨는 법학적성시험(LEET)과 서강대 지원 전형료로 약 74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서강대의 판단에 따라 전형료는 환불받을 수도 있었지만, LEET 응시료 24만 8천원은 그대로 날리고 시험도 내년에 다시 봐야 했다. 물론 원하는 점수가 다시 나올지는 미지수였다.
이미 복무 중 다른 로스쿨에 입학한 후 휴학했던 A씨는 서강대에 합격하면 바로 휴학하겠다며 서류 접수라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서강대 측은 병역법상 군 복무자는 입학일 이전에 전역해야 지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A씨의 항의가 이어지자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강대 로스쿨 관계자는 9월 2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립대는 군 복무자는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정이 적혀 있다. 우리는 명시하진 않았지만, 관례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며 "다른 학교 규정을 찾아봤지만, 군 복무자의 지원을 명확하게 허용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상식적으로 군 복무자가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 복무 중 대학원에 입학하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국회의원이나 병무청에서 알면 학교도, 지원자도 난처해지기 때문에 지원받지 않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서강대와 이화여대를 제외한 전국 23개 로스쿨에 확인해보니 서강대 측의 주장과는 정반대였다.
서울시립대·영남대·강원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군 복무자 입학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 군 복무자는 입학 후 첫 학기에 휴학을 신청할 수 있었다. 경희대, 부산대, 경북대 등에서 이미 군 복무자가 입학하자마자 휴학한 사례가 있었다. 군 복무자의 로스쿨 진학은 '상식'이었다.
병역법에도 별도의 제한은 없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역법에 군 복무자의 대학교·대학원 입학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병역법은 제73조를 통해 입영·복무 시 휴학을 보장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입학과 동시에 군 복무자의 휴학이 가능한 이유다.
결국 서강대는 로스쿨 지원 기간 마지막 날인 9월 27일 위원회를 열어 A씨의 입학 지원을 허용했다. 홍대식 서강대 로스쿨 원장은 "모집 요강에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아 이번 입시에서는 해당자의 지원을 허용했다. 내년도 입시에선 군 복무자 지원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제31조는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헌법 제39조는 '병역 의무로 인한 불이익 금지'를 보장하고 있다. A씨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이 존재하지도 않는 규정과 상식 밖의 관습을 언급하며 헌법을 따르지 않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강대는 왜 군 복무자의 지원을 제한해왔을까. 서강대 측은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는 답변 외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타 학교 사례에서 그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었다. 강원대 로스쿨(정원 40명) 관계자에 따르면, 정원이 적은 학교는 한두 명만 빠져도 학사 운영에 차질이 생겨 군 복무자의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단 강원대는 소속 부대장·기관장의 허가를 받으면 진학을 허용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도 전문화되는 추세다.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선택과목이 인원 부족으로 폐강되면 다른 학생들의 손해가 크다. 서강대처럼 작은 로스쿨의 지원 자격 제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학생은 "한 명이라도 휴학하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일반 학생이 휴학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A씨가 군 복무자 입학에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교에서 군 복무자 지원을 제한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 전형에 대한 최종 권한은 학교에 있다면서 "학교 입장에선 등록금 수입이나 회계, 학사 일정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A씨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내년에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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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