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각)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 도중 햄스트링을 다친 손흥민(32·토트넘)이 지난달 30일 맨유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와 4일 페렌츠바로시(헝가리)와의 유로파리그 2차전에 줄지어 결장하며 10월 A대표팀 합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3일 기자회견에서 헝가리 원정명단에서 제외한 손흥민에 대해 "회복을 위해 런던에 있다"고 밝혔다. 애초 '피로에 따른 예방차원'으로 여겨졌지만, 페렌츠바로시전 결장으로 부상이 공식화된 셈이 됐다.
영국 매체는 손흥민이 7일로 예정된 브라이턴과의 리그 경기에 맞춰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설령 손흥민이 이 예상대로 A대표팀 합류 직전에 열린 브라이턴전에 출전하더라도 몸상태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순 없다. 햄스트링이 재발 위험이 높은 부위인데다, A매치 기간엔 런던~암만(요르단)~용인(한국)~런던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이동에 따른 컨디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정상적인 몸상태로 합류를 해도 어려운 판에, 부상 리스크를 안는다면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2021년 3월 15일 아스널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손흥민은 같은 달 한-일 친선전 최종명단에 뽑혔다. 같은 해 8월 22일 울버햄턴전에서 같은 부위를 다친 손흥민은 9월 이라크, 레바논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부상을 당한 시점과 A매치 첫 경기까지 간격은 똑같이 열흘 남짓이었지만, 3월 한-일전에는 결국 낙마했고, 이라크~레바논 2연전에는 합류했다. 부상 회복 정도에 따라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은 손흥민이 결장한 한-일전에서 치욕스러운 0대3 참패를 당했다. 2017년 3월, 손흥민이 경고누적으로 빠진 한-중전에서 0대1로 패한 '창사 참사' 이후 한국 축구가 경험한 가장 굴욕적인 패배였다. 동시에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얼마나 필요한 선수인가를 여실히 느끼게해주는 한-일전이었다. 손흥민은 이라크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부상 여파 때문인지 상대의 밀집수비에 꽁꽁 묶이며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팀도 0대0으로 비기며 월드컵 최종예선을 불안하게 시작했다. 손흥민은 엎친데 덮친격 레바논전을 앞두고 종아리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고, 대표팀은 레바논을 1대0으로 간신히 꺾었다. 가뜩이나 부상당한 선수를 무리하게 선발했다는 비판을 받은 벤투 감독에겐 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부상당한 상태에서 손흥민을 뽑아도 문제, 안 뽑아도 문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지도자의 확실하고 명확한 판단이다. 손흥민은 2022년 1월초에도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부상 시점부터 레바논전까지 약 3주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이번엔 무리하지 않았다. 손흥민 합류를 '보류'한 채 플랜B를 준비해 레바논(1대0), 시리아(2대0)와의 월드컵 예선 2연전에서 말끔한 2연승을 따냈다. 조규성(미트윌란) 권창훈(전북) 등이 두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손흥민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도 10일 요르단(원정), 15일 이라크(홈) 경기 최종명단에 손흥민을 승선시켰지만, 무리하진 않을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흥민과 직접 소통했다. 지금 본인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고 느낀다. 선수가 지금 당장 경기를 출전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남아 출전 여부를 지켜보겠다"면서도 "손흥민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무리를 시켜서 선수에게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혹시라도 (선발이)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해놨다"고 대체자 발탁 가능성을 열어뒀다.
7일 브라이턴전까지 기다린 뒤 플랜B를 가동하면 과거 사례처럼 A매치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벤투 시대부터 지금까지 손흥민이 햄스트링, 종아리, 안와골절, 탈장 부상 및 소속팀 차출 반대로 결장하거나 벤치대기한 A매치 13경기에서 9승2무2패를 기록했다. 일본과 페루(2023년 6월)에만 패했다. 아시아 예선에선 손흥민 없이도 잡을 경기를 잡았다.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윙어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공격형 미드필더 홍현석(마인츠)을 비롯해 스트라이커 이영준(그라스호퍼), 2006년생 양민혁(강원) 등이 대체자 후보로 꼽힌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