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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과 오재일로 엇갈린 충격 희비...똑같은 모험수에 한쪽은 실패자, 한쪽은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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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똑같은 승부수. 결과에 따라 누구는 천재, 누구는 실패자.

화제의 5위 타이브레이커가 KT 위즈의 승리로 끝났다.

극적이었다. 명승부였다. 공식 가을야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기였지만, 마치 포스트시즌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리듯 KT와 SSG 선수들은 숨막히는 혈전을 펼쳤다.

후폭풍이 대단하다. SSG 이숭용 감독의 승부수 때문이다. 8회까지 3-1로 앞서던 경기. 이 감독은 에이스 김광현을 불펜으로 투입하는 놀라운 선수 기용을 보여줬다. 하지만 김광현은 대타 오재일에게 안타를 맞더니 로하스에게 통한의 역전 결승 스리런포를 헌납하고 말았다. 그렇게 SSG의 가을야구 꿈은 날아가고 말았다.

왜 김광현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28일 한화 이글스전 선발 등판 후 이틀밖에 쉬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게 김광현의 자원 등판이든, 아니든 결국 책임은 이 감독이 지는 것이다.

그런데 김광현 투입이 말도 안되는 승부수였을까. 사실 그건 아니다. SSG는 한두솔 외에 마땅한 좌완 불펜이 없었다. 한두솔은 제구에 불안감이 있다. 특히 큰 경기 투입이 망설여질 수 있었다. 30일 키움 히어로즈전도 제구 난조를 보였다.

선발 엘리아스가 7이닝을 끌어줬으면 8회 노경은, 9회 조병현으로 가면 됐다. 그런데 6회를 마친 엘리아스의 투구수가 92개였다. 애매했다. 노경은으로 2이닝을 가면 되지만, 그 사이 좌타자 승부 타이밍이 나오면 좌완 불펜이 필요했는데 마침 김광현이 있었다. 김민혁에 로하스 차례였는데, 대부분 감독들이 로하스를 상대로는 좌투수를 투입한다. 좌타석보다 우타석이 있는 로하스가 덜 무섭기 때문이다.

이틀 쉰 선수가 나왔다고 뭐라 한다면, 목숨 걸고 이겨야 하는 단기전에서 그건 너무 잔인한 공격이다. 많은 감독들이 가을야구에서는 선발 등판 사이 사이드피칭을 해야하는 날 에이스를 불펜 대기 시킨다. 김광현은 날짜대로라면 4일 휴식 후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준비하면 됐다. 그 중간, 불펜 피칭을 해야하는 날이 KT전을 치르는 날이었다. 사이드피칭 대신, 1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것이다. 이게 문제라면 KT 이강철 감독도 똑같았다. 감독도 벤자민을 대기시킨다고 했었다. 벤자민 역시 김광현과 같은 로테이션을 돌고 있었다.

KT 로하스는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을 '천재'라고 치켜세웠다. 김광현이 나왔을 때 김민혁을 대신해 베테랑 오재일을 대타로 투입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오재일이 김광현을 상대로 특별히 강한 데이터를 갖고 있던 것도 아니고, 우타자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김민혁은 9월부터 엄청난 타격감을 자랑하는 타자였다. 오재일은 발도 느렸다. 만약 오재일이 병살타를 치거나 허무하게 삼진을 먹었다면. 아마 SSG가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선택에 이 감독은 엄청난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오재일은 이 감독의 선택에 응답했고, 김광현은 그렇지 못했을 뿐이다. 올시즌 압도적이지 못한 김광현이었지만, 어떤 감독이라도 김광현이라는 이름값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 김광현이 로하스를 막아냈다면, 이 감독은 엄청난 승부사로 칭송받았을 것이다. 김광현을 안내고 졌다면, 왜 단기전 이런 승부수도 던지지 않았냐고 지적받았을지 모른다.

다만, 이 관점에서 9회 추신수 대타 작전은 아쉬움이 남는다. 추신수는 어깨가 많이 아팠다. 하루 전 은퇴 타석까지 치렀다. 박영현의 강속구에 대처하다, 방망이까지 놓치는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건 선수 컨디션 파악에 대한 감독의 준비가 덜 됐음을 의미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