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정우주가 1순위였다면 얼마를 받았을까.
KBO 신인드래프트가 끝나고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각 구단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선수 타이틀을 달게 됐다.
관심을 모았던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의 계약금도 확정됐다. 전체 1순위 정현우와 7순위 김서준을 지명한 키움이 가장 먼저 정현우에게 5억원, 김서준에게 2억2000만원을 안기며 기준선을 만들어줬다.
차례로 다른 구단들의 신인 계약 뉴스가 나왔다. 3순위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 4억원, 4순위와 5순위인 롯데 자이언츠 김태현과 KIA 타이거즈 김태형 3억원 등 내림차순으로 정리가 끝나가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은 2순위 한화 이글스 정우주는 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1순위 정현우와 같은 금액. 2순위 선수가 1순위 선수보다 낮은 금액을 받는 게 보통이라고 하면, 한화가 정우주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애쓴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우주가 전체 1순위로 키움 지명을 받았다면 5억원보다 더 많은 계약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었을까.
사실 올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최유력 후보는 정우주였다. 정현우가 부족한 선수라는 게 아니라 원래 시장이 늘 그래왔다. 가르쳐서 될 수 없는, 타고난 재능에 높은 점수를 준다.
정우주는 150km 중반 구속도 손쉽게 뿌릴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타고났다. 프로에서 어린 투수들을 볼 때 가장 먼저 주목하는 건 당연히 구속이다. 그 외 경기 운영, 변화구 구사 등은 후천적으로 갈고 닦을 수 있는 능력치로 보기 때문이다.
사실 키움도 올해 초부터 정우주를 눈여겨봐왔다. 고형욱 단장도 호평을 했다. 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으면 정우주가 키움 유니폼을 입을 걸로 봤다. 당장 선발로 프로 무대를 드래프트 개최 1달 전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었다.
이유가 뭐든 정우주가 1순위였다면 계약금 판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정우주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도 받았다. 금액이 거의 100만달러 수준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주가가 치솟는 가운데, 정우주 쪽에서는 당연히 기준점이 생길 수 있었을 것이다.
2020년 1차 지명자 장재영. 거의 비슷한 조건이었다. 150km 중반대의 파이어볼러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심했다. 당시 키움은 9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으로 미국 대신 자신들을 선택해준 장재영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물론 신인 선수들의 경우 계약금 책정 과정에서 치열한 협상이 벌어지기 보다는, 구단이 책정한 금액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우주급의 선수였다면 9억원까지는 모르더라도 구단 창단 후 최초 전체 1순위라는 상징성을 더해 5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 책정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인정받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순위 타이틀을 라이벌 정현우에게 내주며 정우주는 2순위에 만족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1순위 정현우의 5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받기 힘든 현실이 됐다. 그래도 한화는 같은 금액으로 전체 1순위를 노렸던 정우주의 상처를 치유해줬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도 전체 2순위로 지명한 김택연에게 1순위 황준서(한화)와 같은 3억5000만원을 안겼었다. 그리고 김택연은 황준서와 비교해 완벽한 우위를 점하며 신인상 수상을 예약해놓은 상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