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오늘부터 김도영 선수 도루는 없습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김도영에게 '도루금지령'을 내렸다.
목표였던 40도루를 채웠다. 김도영은 23일 광주 삼성전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5회말 선두 타자로 출루해 2루 도루에 성공, 윤도현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이 도루로 김도영은 시즌 40도루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1회말 선두 타자 홈런으로 시즌 38호째를 기록하면서 김도영은 40홈런-40도루에 홈런 2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 감독은 "선수 본인도 (도루 허용치는) 40개까지로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왠만하면 이제 도루는 안 하는 쪽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김도영의 주루 플레이 능력과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루 주자일 때는 물론, 1루 주자일 때도 조금만 깊숙한 타구가 나오면 순식간에 2, 3루를 돌아 홈까지 밟는 모습을 수 차례 선보였다. 단순히 허슬플레이를 앞세우는 게 아닌, 스스로 수비 상황에 따라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 감독도 "김도영이 2루에 있든, 1루에 있든 홈으로 들어오는 건 별반 차이가 없다. 쉽게 들어오는 친구"라고 평할 정도.
하지만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누적된 피로를 고려할 때,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야 하는 도루, 주루플레이는 부상 위험도를 키울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의 '도루금지령'이 내려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김도영이 풀타임 첫해다.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 등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친구"라며 "(도루를) 절제하면 다른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체력적으로 안배를 하고 공격적으로 힘을 더 실어준다면 팀에는 더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일단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진행한 뒤 한국시리즈를 대비시킬 생각이나, 혹시 모를 부상은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 감독의 '도루금지령'이 효과를 발휘할진 미지수. 작전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도루의 특성을 고려할 때, 김도영이 상대 빈틈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이 감독도 "상대 투수가 너무 견제를 안하면 본능적으로 뛰는 성격"이라며 근심 아닌 근심을 드러내기도.
김도영은 앞서 "40도루를 성공시킨 뒤 이종범 선배님처럼 베이스를 한 번 뽑아보고 싶다"고 농반진반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막상 40도루를 성공시킨 뒤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플레이를 이어갔다. 목표치를 달성한 가운데, '본능에 충실한 플레이'로 못 이룬 자신의 바람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